백제로의 고느적한 시간 여행
신라의 도시에 경주가 있다면 백제의 도시에는 부여와 공주가 있다. 공주보다는 부여를 자주 가는 편이다. 하루 동안 모든 관광지를 다 돌기는 어려워서 우리 또한 한 두 곳을 선택해서 가곤 한다. 날씨에 따라서도 선택지가 많이 달라진다.
퇴근을 하고 가면 늦을 것이 뻔해서 우리는 텐트가 아닌 부대시설을 이용한다. 고기를 굽는 대신 치킨으로 저녁을 채운다. 미니멀 캠핑이라며 단출한 캠핑에 다 함께 만족한다. 퍽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바닥이 안성맞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은 차에 넣어온 자전거로 휴양림 주변을 돌아본다.
산책하기 좋은 부소산성으로 갔다. 바람이 부니 도토리가 토도독 떨어진다. 주운 도토리를 길에서 만나 청설모에게 돌려줬다. 걷고 걸으면 낙화암이 나온다. 낙화암에서 내려다보는 백마강의 뷰가 참 아름답다. 다정하게 가족사진을 남겨본다. 햇살이 뜨거운 날이어서 사진이 더 잘 나온듯하다. 가족사진 남기기 어려운데 지나가는 가족 관광객과 품앗이를 했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프레이저아일랜드를 가기 위해 탔던 수륙양용버스, 그것이 부여에도 있다니 이건 꼭 타야 해. 아이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도 딱이다. 주말에는 매진이 대부분이라 온라인에서 미리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롯데아웃렛 인근에서 출발하는데 백마강 위에서 낙화암을 바라보면 마치 삼국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금동대향로가 있는 곳, 타이밍이 좋으면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냥 보는 것도 참 경이롭지만 설명을 들으면 풍성한 감상이 된다. 중앙 로비에서는 매시간 정각에 돔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다. 둥글게 앉아 감상하는 역사유물에 마음이 웅장해진다. 박물관 입구에 공연이 있을 때는 즉석에서 표를 구입해서 입장하기도 했다.
박물관에서 길을 건너면 정림사지 5층 석탑으로 갈 수 있다. 그늘이 없는 곳에 석탑이 있으니 날씨가 좋은 날 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넓은 땅에 우뚝 솟은 석탑, 멍하니 바라만 보아도 조상들의 성실과 예술성을 느낄 수 있다. 박물관도 있으니 실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연못이지만 서동공원과 더불어 산책하기에 참 좋다. 궁남지 중앙에 있는 정자, 포룡정도 부여다운 운치를 준다. 둘이 데이트를 위해 종종 갔다가 아이가 너무 어릴 때는 잘 가지 못했다. 오히려 박물관이 편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커서 다 같이 걷기도 한다.
아이가 어릴 때, 종종 갔더랬다. 실내수영장이고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가기에 딱 좋다. 작은 미끄럼틀, 대포같이 생긴 물총을 쏘으며 아이는 행복해했다. 수영을 마치고 건너편 롯데아웃렛에서 부여 특산물도 구입할 수 있다. 식혜와 맛밤, 약과를 주로 즐긴다.
쓰고 보니 또 가고 싶다. 낙화암으로 가는 산책로도 걷고 싶고, 궁남지 중앙에 있는 포룡정에 앉아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느끼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곳이 얼마나 많은지! 여행의 즐거움은 꼭 비행기를 타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열린 마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어진 환경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