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km 달리기를 하며 느낀 점
나는 올해 일상의 루틴 영역별로 소소한 목표를 세웠다. 달리기 영역에서는 기본적으로 주 3회 달리기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목표는 '강도보다는 빈도'라는 말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는데, 규칙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면 충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에 기본적인 목표로 선정했다. 물론 하프 마라톤에 참가해서 2시간 안에 완주하겠다는 목표도 있지만 기본적인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해야지 겨우 달성할 수 있는 원대한 목표이다.
달리기를 처음 했던 때와 비교한다면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사실 나는 만족하지 못한다. 무엇 때문에 진작 달리기를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하지만 이내 '지금이라도 달릴 수 있으니 감사하다'라는 마음으로 바뀐다. 사실 한 번 달린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거의 없다. 달리기를 한 후 감소한 체중은 달리기에 대한 보상심리로 무엇인가를 먹는다면 금세 체중이 증가하게 되기에, 매일의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면 음식물 섭취로 몸으로 들어온 칼로리를 소비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일단식으로 30kg의 감량하고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는 비결도 바로 달리기이다. 예전처럼 과식, 폭식 그리고 속식을 강박적으로 자제하기도 하지만 나처럼 연약한 인간도 없기에 때로는 음식에 대한 자제력이 무너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달려보지만 무거워진 몸 때문에 달리는 것마저 쉽지 않다. 세계적인 마라토너를 보면 기아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마른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체형은 달리기에 최적화된 모습이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달리기는 건강 관리에 있어 가장 가성비 높은 방법 중 하나이다. 달리기를 하면 체중 유지는 물론 심폐지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에는 달리기를 하면서 혈액순환도 잘 되어 그동안 무언의 압박감을 준 고혈압 전조 단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고지혈증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단 한 번의 달리기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주 3회 달리기를 2개월 이상 한다면 조금씩 효과가 표면적으로 나타나며 주변으로부터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3km의 거리도 겨우 달렸던 내가 이제는 10km의 거리는 마음만 먹는다면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기에 늘 거리에 대한 고민을 한다. 눈 감고 1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계속 훈련을 할 계획이지만 보통의 러너라면 한 번쯤은 거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욕심을 드러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기에 지혜롭게 욕심을 관리하며 욕망이 현실화되도록 돕는 일련의 과정을 지속하는 힘을 발휘해야만 한다. 이것이 내가 반한 문장, '강도보다는 빈도'의 힘이다.
익숙해지면 소중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러너에게 익숙함은 정체를 넘어 도태의 전조증상이라는 불안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이런 불안감에 사로잡힌 적이 있는데 바로 거리에 대한 고민이 이 불안으로부터 나왔다. 점점 익숙해지는 10km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시간이 단축되고 편안해지는 심박수 수치를 보면서 얼마나 이 훈련을 지속해야 할지, 아니면 거리를 늘려 다음 단계의 훈련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성장하고 싶은 러너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욕심으로 인해 마라톤 대회 참가 후 거리를 줄이고 기초적인 훈련부터 다시 시작한 이력이 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전 계획했던 두 가지 목표, 한 시간 안에 완주하기를 달성했지만 내 욕심을 충족할 수는 없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나는 더 잘하고 싶었고 더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 욕심을 실현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았고, 그럴 능력도 없었기에 당연히 그 욕심을 실현시킬 수 없었다.
극심한 정체기였던 작년 12월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올해 1월부터 10km 달리기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온 결과, 요즘은 평일 2번 10km 달리기와 주말 한 번의 15km 달리기 훈련을 한다. 달릴 때마다 내 안에서 요동치는 거리에 대한 욕심을 잠재우며 오늘의 달리기에 집중해 온 결과이다. 혹독한 겨울의 추위와 싸우며 조금씩 성장한 내 모습이 투영된 달리기 기록을 보면서 달리기를 할 때마다 한 뼘씩 성장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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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오늘은 11km의 거리를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달릴 때는 무엇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몰랐지만 집에 와서 글을 쓰다 11km 달리기를 했는지 불현듯 떠올랐다. 오늘 아침 포스팅된 블로그 이웃님의 글을 읽고 답을 하며 나도 조만간 11km 달리기 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것이다. 거리에 대한 욕심을 이제는 조금 내봐야겠다는 생각이 1km의 거리를 더 달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해 11km 달리기를 만들었다.
단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정례화될 수 있도록 다음부터는 평일 11km 달리기 훈련을 할 계획이다. 물론 달리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시간과 몸상태를 만들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달리기를 한 후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 상태를 회복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래서 휴식도 달리기의 일부분이라는 말이 조금씩 이해된다. 아직 내 안에는 매일의 달리기를 꿈꾸고 있지만 아직 나는 이 꿈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뿐이다. 준비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매일 조금씩 자주 행동한다면 충분히 가능하기에 오늘도 불가능에 대한 꿈을 꾸려고 한다. 기록하는 호모러너스쿠스를 넘어 꿈꾸는 기록하는 호모러너스쿠스가 되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은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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