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순간을 누리는 기쁨
작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후,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체중 감량과 같은 외형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삶의 자세와 끝까지 해보겠다는 도전 의지 등 내면적인 변화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면의 변화가 지금의 나를 이끌고 시련과 고통의 순간에서 붙잡아줌을 느낀다.
러너 2년 차, 딱 한 번만 참가했던 작년과 달리 몇 번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내 실력을 점검함과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달리기 세계의 매운맛에 얼얼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 재미와 즐거움이 있었다. 기록을 중시하지 않아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그저 달리는 것이 좋았고, 그 재미에 지금도 달리기를 한다.
나는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 달리는 러너이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의 변화를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고 싶었고 작년 유일하게 참석한 사상 에코 마라톤에 올해 다시 참가하면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 참가신청 사이트가 오픈되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JTBC 서울마라톤이 끝난 후 일주일 뒤에 열리는 대회라 부담이 있었지만 꼭 참가하고 싶었다.
지난 토요일 풀코스 마라톤 대회 이후 달리기를 자제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대회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회복 달리기를 했다. 페이스를 최대한 낮추며 몸 상태를 점검했고 페이스를 올리며 다리 근육에 집중했다. 호치민 기부런도 할 겸, 12.25km를 달렸고 PB 달성을 위해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대회 참가를 결정했다.
토요일 저녁부터 많은 비가 내려 대회 당일 새벽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대회장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어제 준비한 대회 복장을 입고 삼락생태공원으로 향했다. 보통의 대회와는 달리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오전 8시에 도착해도 테이핑과 웜업을 해도 충분했다. 다만 아직 빗물이 흥건한 땅이라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작년과 달리 <5km 슬로우 조깅> 종목이 새롭게 추가되어 10시에 5km 참가자가 출발하고 슬로우 조깅 참가자까지 출발한 후 세 번째로 10km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부단히런 대장님이신 아주나이스님의 말씀대로 가능하면 앞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자리를 이동했고 운 좋게 앞에서 다섯 번째 열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 목표는 단순히 작년보다 단축된 기록을 얻는 것이어서 부담이 없었지만 가능하다면 55분의 벽을 넘고 싶었다. 주력이 빠른 러너가 아니기에 10K 기록은 55분 대에 산포되어 있어 올해는 55분의 한계를 극복하길 원했다. 어제 회복런 이후 준비한 페이스 계획대로 530~600 구간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인터벌 훈련을 제외하고 대회는 물론 훈련할 때도 500 페이스로 달린 적이 없기에 살짝 어색하기도 했지만, 420 페이스로 달린 인터벌 훈련 덕분에 힘들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초반 3km까지는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심박수를 170으로 유지하는 것도 거친 숨소리를 참아야 하는 고통이 따랐기에 쉽지 않았다. 대신 에너지젤을 빠르게 먹으면서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쉼 없이 울려대는 가민 워치의 알람을 보면서 힘들지만 5분대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멈추지 않았고 힘들 때마다 에너지젤을 먹으며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습관처럼 외치는 나만의 주문,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분명히 할 수 있다”를 마음속으로 읊조리며 계속 앞으로 났다.
7~8km 구간은 페이스가 5분 후반대가 될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불행히도 에너지젤을 먹다 사래까지 걸려 호흡에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대회장에 도착할 때 보았던 8km 지점 표지판을 보며 남아 있는 에너지를 짜냈다. 사레가 걸려 힘들었던 호흡을 조율하며 힘을 내었고 다시 대회 페이스를 유지하며 결승선으로 힘차게 달렸다.
보통 9km 지점부터는 막판 스퍼트라고 하여 페이스를 빠르게 하지만 이번 대회 기록보다 더 중요한 다음 주 대회 참가를 위해 욕심을 내려놓고 5분 중반의 페이스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결승선 앞에 쓰러진 참가자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거친 숨을 고르며 완주 기념품을 수령하고 기록을 확인했는데 소망했던 대로 55분의 벽을 깨는 기록이어서 너무 좋았다. 기록증을 보는 순간, 지난 일 년간의 달렸던 모습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진정한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4분을 단축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나 자신만 안다. 26년에는 4분을 더 앞당겨 50분의 벽을 깰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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