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최적화된 몸만들기
아직 풀 코스 마라톤의 피로가 남아 있는 것 같아 대회 참가 자체를 고민했던 사상 에코마라톤도 끝났다. 대회 참가 전부터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1년 전 첫 마라톤 대회의 어색함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당당함으로 변했고 다른 참가자의 질주에도 나만의 페이스로 마라톤에 임할 수 있는 중립성과 자기 조율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요즘 러닝 열풍을 타고 각종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빠른 페이스, 서브 3이라는 타이틀에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내 몸에 맞지 않은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에 불과하다. 정말 운 좋게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오랜 기간 부상 없이 달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미지수라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다. 기록이 주는 한 순간의 기쁨보다는 그 기록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부상 없이 건강하게 달리는 것이 나의 큰 목표이기에 기록과 페이스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할지라도 나만의 달리기를 묵묵히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뿐이다. 달리기 세계에서도 “Easy come, easy go”라는 진리가 동일하게 적용되며 어떤 달리기든 쉽게 얻을 수도 없을뿐더러 쉽게 얻는다 할지라도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가장 진실된 달리기라고 믿기 때문에 나만의 달리기를 매일 조금씩 만들어 간다.
진정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환경에서도 동일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과 연습을 해야만 한다. 물론 선천적인 신체 조건으로 어느 정도의 편의를 누릴 수 있겠지만 절대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신체 조건이 좋아도 훈련량이 부족하다면 “게으른 천재”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진정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단순히 훈련과 연습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진정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훈련과 연습은 당연하게 달리기의 기저에 있어야만 하고 흔히 일어나는 실수를 얼마나 반복하지 않느냐가 진정한 내 것을 가치를 올려 줄 것이다 생각한다. 진정한 내 것이 되었을 때 달리기 자체가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저 보기만 좋은 떡이 되면 안 된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러너라면 더욱 그러하겠지만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기에 실수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일한 실수가 반복된다면 실수를 통해 배우지 않는다면 그때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복기의 시간을 가져야 하며 복기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하며 바둑의 복기라는 개념을 빌려와 JTBC 서울 마라톤을 완주하고 처음으로 복기의 시간을 가졌다. 서울에서 집으로 오는 여정이 길어 시간적 여유가 있기도 했지만, 목표 달성의 실패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 했더라면 결과는 충분히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변하게 된다. 희망이 남아 있다면 반드시 변화와 성장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이런 복기의 시간은 타이밍도 중요하다. 실수를 할 때 바로 고치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대회 당시에는 떠올릴 수도 없으며 설령 떠올린다 한들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회에서는 오직 달리는 이 순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에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며 끝까지 완주하는 것만이 존재하며 그것이 천천히 달릴지언정 결코 걷지 않았다는 러너의 자부심으로 표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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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복기를 통해 페이스와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내려면 최소한 달리기에 적합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당성을 찾았다. 그래야 카본화도 신을 수 있고 빠르게 달려도 되는 전제 조건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1월에 비해 체중이 10kg 정도 증가한 상태라 체중 감량이 절실하다. 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몸을 만들어 내년에는 더 좋은 기록으로 50분의 벽을 깨리라 다짐한다.
가민 워치에 기록된 랩타임을 보면 1~3km 구간은 5분 초반대의 페이스로 달렸는데 4분 페이스는 물론 5분 페이스는 그 어떤 대회에서도 없었던 첫 경험이다.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 페이스가 가능했던 이유는 주 1회 인터벌 훈련으로 4분 대 페이스 훈련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힘들었던 인터벌 훈련이었지만 기록 단축에는 특효약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후 7km 구간까지는 5분 30초 대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는데 8~9km 구간에서 에너지젤을 먹다 사레가 들려 호흡이 어려워 페이스를 5분 후반대로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쉽고 아쉬운 점이다. 만약 이 구간에서도 동일한 페이스를 유지했더라면 53분의 벽도 충분히 깰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9km 지점에서도 스퍼트를 하지 않았던 것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달리기 세계에서 ‘만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체계적인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업힐 훈련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인터벌 훈련과 함께 달리면서 에너지젤을 먹는 훈련을 병행하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비결이 될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며 실수를 통해 배우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러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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