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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0. 2023

3주 만의 재회

사고 이후 달라진 것들

 20살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20년 넘게 운전을 하고 있는데 고속으로 운전하는 것을 낭만으로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가 난 것을 본 후, 습관적으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던 습관 때문에 2년 정도 운전을 안 한 것을 빼고는 매일 운전을 해왔다. 출퇴근의 수단으로, 주말과 공휴일 가족 나들이의 용도로 운전을 하면서 몇 대를 차를 소유했었고 연비를 가장 중시했던 운전 취향으로 궁극의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전기차를 운전하고 있다.


 2021년 10월 인도받은 이후 한 번의 사고도 없이 잘 운행하고 있었는데 지난 5월 19일, 사고차로 등록이 되어 버렸다. 중고차로 팔일은 없겠지만 자의든 타의든 이 차는 이제 사고차의 이력이 남아 있다.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사고이력이 남아 있는 것이 싫어서 그것을 지운다면 그 자체가 거짓이자 범죄행위가 된다. 현실을 부정하게 되면 거짓이 되고 범죄가 될 수도 있기에 현실을 인정하고,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정한다고 되는 일은 절대 없다.


 사고로 태어나 처음으로 병원에 1주일 입원을 했고, 보호자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플 때 혼자 있는 것이 제일 서럽다는 감정을 느꼈다. 만약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면 더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병 왔던 아이가 아빠가 심심할 것 같아서 들고 온 큐브를 맞추면서 할 줄 모르지만 이것이라도 하면서 외로움을 덜 느꼈다.

 죽은 것 같은 고통 속에서 혼자 괴로워하다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것도 사고 이후 달라진 점이다. 고독사가 없도록 좋은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하고 법안이 만들어지도록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3주 정도 렌트를 하면서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트렁크를 보면서 항상 물건으로 가득 차 있던 내 차의 트렁크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의 무게로 연비도 안 좋아지고, 소중한 물건이 파손이 되어 마음 상하기도 했기에 트렁크는 항상 비워둘 것이다. 도로 위에서 누구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내가 아무리 교통 신호와 법규를 잘 지키더라도 누구 한 명이라도 법을 지키지 않으면 사고는 일어날 것이다. 자율 주행의 궁극적인 목표도 교통사고로 사람의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기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부상이 없었던 것에 감사함을 또 느낀다.


 3주 동안 내 차는 상처 난 곳을 치유하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도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3주 이상의 시간이 들겠지만 그 상처와 동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쓰기로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치유함으로 나의 마음도 내 차의 트렁크처럼 항상 비워 둘 것이다. 비움으로 채워지는 신비한 경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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