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간의 꾸준함
오늘은 글루틴 7기의 마지막 공식일정이 있는 날이다. 글루틴 과정의 룰은 첫 글쓰기는 ‘글쓰는 이유’, 마지막 글쓰기는 ‘회상하기’라는 글감으로 글을 쓴다. 지난 7개월 동안 글루틴이란 글 쓰는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꾸준함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직접 체험했고 많은 변화를 누릴 수 있었다. 수많은 변화 중 크게 세 가지 변화가 나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첫째, 새벽에 일어난다. 뼛 속까지 이공계인 내가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한 문장 이상 쓰기도 어려웠지만 생각을 가다듬고, 나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나와 대화하고, 당시 나의 느낌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졌다. 가족 공동체에서 나만의 시간은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시간뿐이었다. 6시에 일어나는 연습을 하다, 점점 빨라져서 지금은 하루에 4시를 두 번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번 맛본 새벽의 고요함은 이제 중독되어 매일 그 맛을 느끼려고 한다. 고요함 속에 나 혼자만 살아 있고 움직임을 느끼면서 쓰이는 나의 글쓰기를 통해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둘째, 시간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새벽에 일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찍 자는 것으로 수많은 방해 요소를 물리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필요하다. 참 감사하게도 등이 바닥에 닿는 순간 잠들어 버리는 나는 신혼 시절 아내에게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침대에 눕는 순간 거의 잠든다. 가끔 스마트폰을 보며 평소보다 늦게 자는 날은 새벽에 고통 속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삶의 기쁨인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 일찍 자야 하기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밖에는 선택지가 없다. 오늘의 할 일을 시간 단위로 계획하고 시행여부를 확인하는 시간 관리에 힘쓰지 않으면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다.
셋째, 책 읽기를 한다. 글루틴에서 글감달력을 제공하지만 1기부터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신 글감 달력보다는 책 읽기를 한 후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였다. 글쓰기가 아웃풋이라면 책 읽기는 인풋으로 요즘 나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양대산맥이 되었다. 표현력과 사고력이 부족한 나에게 책을 읽고 작가의 글쓰기를 모방하며 작가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행해지는 생각은 글쓰기의 힘을 기르는 훈련이자 생각의 지경을 넓혀주는 영토확장과 같은 것이다.
글루틴을 하면서 글쓰기를 하는 루틴을 만들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출간 작가가 되는 부차적인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쓰기가 나를 보다 나답게,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글쓰기를 통해 상처받은 감정이 치유되고, 생각 정리를 통해 마음의 그릇을 청소하며,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글쓰기가 이제 일상의 중심이자 모든 것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10년의 글쓰기에 도전하려고, 이것이 내가 글루틴 130기까지 하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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