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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27. 2023

요즘 역사책을 읽는 이유

흐름 속의 역사

역사라는 분야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나 어려운 학문이다. 특히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마치 문과생이 물리학을 포기하는 것처럼 이과생에게도 역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비인기 과목이기도 하다. 역사는 그 자체로도 세부적으로 봐도 어렵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과생임에도 역사를 좋아했던 나는 이상한 학생으로 취급을 받은 적도 있지만 역사는 나로 하여금 늘 가슴 뛰게 하는 학문이다.


 나는 역사 비전공자이다. 고등학생 때 진로를 결정할 때 역사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늘 나를 위해 헌신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을 거스를 수 없었다. “거기 나와서 뭐 하게”라고 하신 말씀은 아직도 내 귓가에 맴돌고 있다. 물론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내가 좋아했던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나는 그럴 용기도 자신도 없었다.


 당시 내가 역사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계신 역사 선생님께서 나를 동문으로 만들고 싶어서 학교장 추천서까지 받아 주셨지만 나는 수시 응시를 하지 않았고 단순히 학벌만 따져본다면 지금 천추의 한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주말 나들이로 경주를 갈 때면 역사 전공자로서 더 전문적인 학식과 기술을 가진 학자로 과거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하고는 한다.


 나를 10여 년 가까이 옆에서 보아오신 장모님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아쉽다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역사를 전공해서 관련 학과 교수나 학예사를 했다면 더 큰 능력을 발휘했을 거라는 말씀을 하시지만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용기를 내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슬픈 감정이 들기도 한다.


 역사에도 인생에서 ‘만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택에 따른 결과와 그 결과가 만들어낸 후대의 영향력이 있다는 공통점에서 역사는 인생과 비슷한 점이 참 많다. 역사가 과거의 사람과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한다면 인생은 나라는 존재를 알아가는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죽을 때까지 진정한 나를 만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인생에 있어 ‘나를 안다는 것’보다 더 큰 과제는 없지만 그 답을 얻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요즘 역사책을 주로 읽었는데 역사라는 학문이 어렵고 기피하는 것처럼 블로그 조회 수가 급감하고 있다. 역사 관련 책 읽기가 이웃님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책을 주로 읽은 이유는 역사의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조회 수를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지만 떨어지는 조회 수를 보면서도 앞서 읽은 책 속에 소개된 새로운 역사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책 속의 책을 선택하면서 계속 역사책을 읽었다.


 역사는 절대 단편으로만 판단하거나 확인할 수 없다. 당시 사회적 상황과 정치적 풍토, 외교적 관계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해석해야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역사 속 인물과 사건 중심의 전개로 역사를 이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시대적 흐름과 문맥을 놓치면 반쪽짜리 역사를 만날 뿐이다. 특히 편협한 시야에 치우친 역사적 해석과 평가는 우성학을 만들어낸 인류사 최악의 실수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수도 있기에 종합적인 역사적 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 과학은 믿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역사는 사료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추론해 내는 것이다. 트로이를 발견한 하인리히 슐리만의 상상력과 믿음이 필요한 것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학회에서 인정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도 존재하기에 유물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 사실과 필사본이기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환단고기에 대한 평가도 조금 아쉽다. 물론 아무도 모르는 역사적 기록에 대한 조작이 있을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운 접근도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도 1초가 지나면 과거가 된다. 지난 과거를 잊지 않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은 역사를 공부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처럼 반복되는 인생사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과거의 사람과 만나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묻고 그 답을 얻는 과정에서 나의 인생이라는 역사의 무대 위에서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하고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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