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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31. 2023

나를 다 안다는 착각

착각 속에서 벗어나기

나는 가끔 ‘욱’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다혈질적인 모습이 있다. 야구나 농구 같은 단체 구기 운동을 할 때면 이런 성향이 다분히 발휘되고는 했는데 승부욕까지 더해져 상대편과 과격한 몸싸움은 물론 감정적인 충돌까지 일어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혈기왕성한 20대 시절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철이 안 든 남자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는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사람에 대한 착각 속에 살았던 사람이다. 과거 교육담당의 직무를 하면서 일 년에 천 명이 넘는 사람을 만나다 보니 나 스스로 사람을 잘 본다는 착각을 했다. 가끔 정확히 보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가끔일 뿐, 대부분은 정확히 보지 못했음에도 나는 사람을 잘 본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착각 속에 살았고 보기 좋게 최악의 연애를 하며 사람에게 상처받고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겠노라 스스로 다짐했다.


 이런 일을 겪으며 착각 속에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카트만 부부 감정 코칭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내가 다른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평소 스트레스에 민감하지 않고 강하게 대응하며 살고 있다고 맹신하고 있었는데 스트레스 검사를 해보니 스트레스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충격을 받게 되었다. 나는 스트레스가 강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었다.


 무엇이 나를 이런 착각 속에 살도록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는 거짓 믿음이 이런 일을 부추겼다고 생각한다. TCI, MBTI, DISC 등 몇 번의 심리검사를 해보았지만 프로이트가 주장한 정신 분석학적 접근이 있는 검사는 해보지 않았기에 나의 정신이 어떤 상태인지도 잘 모르면서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심리적으로 나 자신을 포용해 줄 수 있는 상황도 다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나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지난날들이 생각난다.


 타인의 위로도 중요하겠지만 나 자신의 위로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데 나는 단 한 번도 나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민 적이 없었다. 이렇게 나 자신에게 냉정한 반응 속에서도 신경증적인 경향이 나타나지 않음을 감사하게 생각할 뿐이다. 내가 신경증적 경향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변화를 추종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다행스럽게도 신경증적 경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가 신경증적 경향이 있었다면 변화에 대한 저항과 내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주관적인 가치들에 대한 해방 효과가 접목되면서 내외적으로 갈등이 생겼을 것이다. 변화의 갈등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모습이 있었다면 그 자체가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나의 모습이 내가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일상 속에서 수시로 불편한 감정들이 일어나고는 한다.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신경증적 반응이라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불편한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편향된 생각과 감정에 지배받지 않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의 시작은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모두 나의 감정이며, 감정 그 자체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나를 알고자 하는 자세가 더해지면 나 자신조차 몰랐던 나의 성향과 감정에 대해 보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여유는 일상 속 작은 틈을 주고 그 틈 속에서 숨을 쉬며 변화의 씨앗을 싹 띠울 것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지만 그 저항조차도 포용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변화의 중심으로 나를 인도하고 내가 변화를 온전히 느끼는 길로 이끌어 줄 것이기에, 진정 변화하고 싶다면 나를 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를 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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