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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09. 2023

기다림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할까요

 아내는 매월 격주 간격으로  감정코치 2급 과정 교육에 참여한다. 교육장이 집에서 거리도 있고, 화물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아내의 출퇴근을 내가 책임지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도 엄마가 마음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 선 듯 동의를 했고, 아이도 다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있어서 아이가 혼자 있을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까지 하는 종일 교육이기에 처음에는 교육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 안에서 책을 읽고 도시락도 먹으며 아내를 기다렸지만, 화장실 가는 문제도 있고 어두운 주차장에서 실내 등을 켜고 책을 보니 눈이 아프기도 했고 답답한 차 안보다는 개방된 공간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장이 위치한 곳은 업무적으로 관리했던 지역이라 주변을 걸어 다니며 하루 종일 있어도 문제없는 카페를 찾아보았지만 주차 문제도 있고 어려가지 제한 사항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차 안에서만 있을 수는 없기에 교육장 인근이라는 조건을 제거하니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주차 공간이 넓은 스타벅스가 있었다.


 아내를 교육장에서 내려주고 바로 스타벅스로 향했다. 2층 건물에 주차공간도 많고 실내 자리도 넉넉해서 하루 종일 있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스타벅스 서비스는 음료를 시키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어도 손님을 내쫓지 않기 때문에 눈치 볼 필요도 없어서 좋았다.


 만 원 이상이면 주차 할인이 적용돼서 음료와 푸드를 주문하고 화장실이 햇빛이 잘 들어오고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책 읽기와 글쓰기를 했다. 낯선 공간이라 어색할 수도 있는데 눈앞에 있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나의 마음은 화장실 앞이라 사람들이 출입이 많은 자리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아내는 내가 기다리는 것을 정말 부담스러워하지만, 나는 아내를 기다리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인 스타벅스에서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화장실 문제까지 해결하고 나의 즐거움을 누린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흔히 말하는 몰입의 경지로 집중하게 되고, 더 깊이 빠지게 만든다. 나는 아내가 교육받는 시간 동안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함으로 즐거움과 기다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아내는 내가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을 미안해하면서도 내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연락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늘 변함없이 내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할 뿐이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아내는 내 말이 인사치레로 하는 것처럼 느껴서 조금 아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후회나 아쉬움은 하나도 없으며 그저 내가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아내를 향한 내 표현 방식이 서툴고, 내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가 맺은 부부의 연이 아내에게 보다 더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에세이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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