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l, Magical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단 한 번도 그들에게 피아노 치는 모습은커녕 피아노도 언급한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아이가 대학교 부설 어린이집을 다닐 때 피아노 전공 학생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는 기회가 있었고 레슨을 받고 발표회까지 하는 영광을 누렸다. 아직 양손으로 연주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레슨이 끝난 지금도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을 보면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녀 교육이라 하면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정도로 자녀교육에 진심인 어머니 덕분에 7년 정도 피아노를 배웠고 체르니 50번까지 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층간 소음이 없는 곳으로 이사 와서 아내가 어릴 적부터 쓰던 피아노를 아이가 연주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 기억을 더듬어 ‘하나님의 음성을’ 이란 찬양을 연주하니 아이가 다가와서 “아빠, 피아노 칠 줄 알았어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생김새와는 다르게 피아노를 연주하니 깜짝 놀랐을 것이다. 10년 만에 연주해서 더듬더듬하지만 피아노 음반은 아직 내 머릿속과 손가락 끝에 감각으로 남아있다.
김문정 감독님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기혼자인 것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인지도 몰랐을 정도로 젊고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라 좋아한다. 특히 완벽을 추구하는 열정과 작은 차이마저도 구별해 내는 능력은 경력이 많은 사람도 감독님 앞에서는 겸손하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있어 김마에라는 별명답게 그녀의 말과 행동에는 장인의 모습이 있어서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참 잘 지은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음악감독이라는 생소한 직업이 완벽을 추구하는 그녀의 열정을 더 불타오르게 했을지도 모르는 이유는 관객에게 보이고 들리는 모든 과정이 완벽하지 못하면 관객에 대한 예의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나 같은 막귀는 잘 모르지만 작은 음차이도 느끼는 분들에게 한 치의 실수도 범하고 싶지 않은 엄청난 완벽주의를 나도 동경하게 된다. ‘위플래쉬(whiplash)’라는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음악은 완벽한 음악만이 존재하기에 지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해설가와 다르게 공연의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완벽함은 감독의 덕목이라 생각한다.
뮤지컬을 잘 몰랐을 때는 비싼 티켓값과 장소의 불편함 때문에 영화 보는 것을 더 선호했는데 2006년 캣츠 내한공연을 처음 보면서 뮤지컬에 대한 나의 시각은 달라졌다. 최근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세계 4대 뮤지컬 중 2개를 보았다는 기쁨과 나머지 2개를 봐야 한다는 사명감이 불타오르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4개의 뮤지컬 모두 카메론 매킨토시라는 프로듀서가 만든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이 뮤지컬로 영국 왕실에서 작위까지 받으신 분이니 미스 사이공과 레미제라블을 꼭 보고 싶다.
짧은 준비 과정에서도 대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준 음을 들려주지 않아도 정확한 음을 아는 천부적인 청음 능력과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뮤지컬 음악감독이 된 그녀의 노력을 나도 모방하고 싶다. 다만 음악이 아닌 책 읽기와 글쓰기에서 나의 노력과 열정을 한없이 쏟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