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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9. 2024

아이는 인내한 만큼 자란다

하라고  하면  하지  않는  아이가  된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늘 따라다니는 것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님의 자녀 교육관이다. 프로팀에 스카우트되기 위해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모든 축구 꿈나무가 목표로 하고 있지만 손웅정 감독님은 손흥민 선수가 기본기를 갖출 때까지 절대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일생일대의 기회일 수도 있는 경기에서도 기본기가 없다는 이유로 출전시키지 않았으며, 너무나 가지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사주지 못한 게임기를 경품으로 주는 캐논슛 대회에는 어쩔 수 없이 허락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손웅정 감독님이 손흥민 선수를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도록만 했다면 지금의 손흥민 선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손웅정 감독님의 교육관은 자신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이라는 축구 불모지에서 프로 선수로 뛰면서 받았던 응원과 찬사, 그리고 부상으로 겪었던 시련과 고통까지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해 보았기에 어떻게 해야지만 강자만이 살아남는 축구계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게 하는 탄탄한 기본기였고, 그래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기본기를 강조하고 또 강조하였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빠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되었을 때, 나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다. 내 이름보다 누구 아빠라고 불리는 일이 점점 많아지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책임감에 휩싸여 아이를 올바르고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알고 그 이유에 맞는 인생을 살게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아이의 인생이 내 인생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때까지 보호자로서 아이를 지키고 올바른 방향을 알려줘야만 한다.


 나와 닮은 듯하면서 닮지 않은 아이를 보면서 단 한 번도 나의 소유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절대 내 의도나 욕심이 아이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과거에 내가 이루지 못했던 미해결 과제를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다짐하며 아이가 좋아하는 것, 무엇인가를 할 때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림 그리는 것,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만들기 재료를 구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호기심과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강한 아이에게 아직 안전이라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이 많지만, 아이도 안전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때가 되면 자유롭게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할 생각이다. 아직 뇌가 충분히 자라지 않아 본능과 순간적인 충동에 손이 더 먼저 가는 것일 뿐 아이도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 긍정감, 주체성, 자신감, 자제력은 이미 아이 안에 자라고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나의 역할은 아이의 뒤에서 말없이 바라보며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이다. 이미 아이 안에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며, 이미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아이의 능력을 알게 하고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과 지지를 무한히 보내주며, 아이와의 스몰 토크에서 알 수 있는 아이의 기분과 감정에 집중할 것이다.


 아이는 절대 부모의 소유도 아니며, 부모로부터 나왔지만 부모와는 다른 인격체이다. 이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아이를 존중하며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능력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날이 오면 또 다른 방법으로 아이와 대화하며 아이 안에 숨겨진 거인을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지지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라고  하면  하지  않는  아이가  된다 / 보크 시게코 / 피넛 / 2024


#육아

#교육관

#비인지능력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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