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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1. 2024

영원할 것을 영원히 꿈꾼 사람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 호시노 미치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과정이 흡사 여행을 시작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도 있으며, 유목민들은 이런 믿음으로 인간이 죽으면 풍장을 하여 산짐승들이 시체를 뜯어먹거나 풍화작용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이런 것들은 여행의 목적이 떠남이 아니라 돌아옴에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 무엇을 보고 느끼냐에 따라 여행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여행의 의미는 돌아와서 내 삶이 얼마나 변화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는 ‘돌아옴’이라는 큰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자신의 공간을 떠났기에 돌아올 수 있으며 자신의 공간이 좋았기에 돌아올 명문이 있는 것이다. 돌아옴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고향이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처럼 동물이나 인간에게는 고향이란 공간의 의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의미이며, 포근한 엄마의 품이자 영혼의 안식처와 같다.  한민족의 경우 설과 추석날 고향과 부모님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 DNA 속에 고향을 찾는 유전자가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기억을 주관하는 인지의 문제가 아닌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고향을 떠올리는 무의식의 영역이다.  


 알래스카에서도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 물론 그곳에 알을 낳고 후대를 잇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지만 연어가 돌아오는 길목에 기다리고 있는 그리즐리와 여우, 새들의 든든한 먹잇감이 되어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고향으로 향하기도 한다. 특히 그리즐리는 연어의 머리와 알만 먹고 나머지는 다른 동물이 먹을 수 있도록 남겨 놓아 연어가 진정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즐리를 너무 사랑하여 그리즐리와 함께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고 있는 호시노 미치오를 생각해 본다. 그가 자신의 조국 일본보다 더 사랑했던 알래스카, 알래스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인생의 순간은 허무함이 아닌 영원함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짧은 여름만 볼 수 있는 이름 모를 이끼와 같은 지의류부터 그리즐리, 고래, 빙하에 이르기까지 알래스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을 사랑과 경의의 시선으로 바라본 호시노 미치오의 여정이다.


  알래스카는 늘 얼어있는 추위의 땅이 아니라 짧지만 계절의 변화가 있는 곳이다. 계절이 변하며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도 동일하게 변한다는 것이 어쩌면 정지된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 땅에서 살았던 조상 대대로 알래스카의 방식으로 알래스카에서 사는 법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의 삶이자 전통이며 문화이다.


 호시노 미치오의 책에서 만난 알래스카는 광활한 북녘의 땅으로 상상하지만 “알래스카의 진정한 크기는 하늘에 올라 새의 눈으로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라는 말처럼 내가 미처 알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위대한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는 대륙이다. 너무 신비롭기에 인간의 발길이 아직 닿지 못한 곳이 있을 정도로 위대한 자연을 가지고 있는 알래스카를 호시노 미치오처럼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



간다의 중고서적 거리에서 운명처럼 만난 알래스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알래스카를 날고 있는 큰까마귀처럼 광활한 알래스카 하늘 위를 높이 날아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알래스카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감도의 시선을 가지고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이유이다.


 알래스카를 너무나 사랑하여 알래스카에 모든 것을 바친 호시노 미치오는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며 알래스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그의 숨결과 흔적을 만나며 큰까마귀의 후손이 살고 있는 알래스카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꼭 그곳을 여행할 것이다.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 / 호시노 미치오 / 청어람미디어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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