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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2. 2024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죽을 때까지 책 읽기, 니와 우이치로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다녀온 뒤로 요즘 틈나는 대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실 그전부터도 책을 읽었지만 5,6월 위기의 순간을 경험하고부터는 더 절박하게 책을 읽는다. 사실 5,6월의 목표 달성을 못했던 수량만큼 더 읽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녹색마을 대청마루에 앉아 산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글쓰기를 했던 풍경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지난날 무늬만 애서가인 척 살면서 책장에 진열하기 위해 모았던 책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반대로 블로그와 브런치에는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쓴 글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서제에 있는 책을 언제 다 정리할지 모르겠지만,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이유도 책을 그냥 버리거나 헐값에 중고 도서로 팔기 싫어서 하나라도 더 읽겠다는 심정이었으니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책장에 진열된 책은 모두 읽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무덤덤히 해야 할 일로 여기며 하루의 기적을 만들어갈 뿐이다.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하루에 한 권이 아닌 두, 세 권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즐기며 책장의 책을 하나씩 읽어가는 기쁨은 그 어떤 것보다 보람되고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항상 책을 읽을 때마다 ‘다독이냐 정독이냐’라는 논쟁이 마음속에서 일어나지만, 일단 지금은 다독으로 독서의 기본자세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홀로 책을 읽다 보니 어디쯤 왔는지, 내가 정확하게 읽고 있는지를 알기 어려웠는데 두 번의 책 모임을 하면서 같은 문장을 읽고 다르게 생각하는 마법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독서의 시선에 대해 느꼈다. 물론 나와 같은 생각도 있었지만, 나와 다른 생각에 더 주의를 집중하고 경청하며 들으니 미쳐 내가 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던 내가 더 큰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부끄러움에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진다.


 지금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시간이 흐른 뒤에 지금과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너무나도 기쁜 일이다. 무지몽매했던 지난날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어리석은 나를 반성하고,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처럼 책을 한 권 더 읽을 때마다 앎의 기쁨으로 충만한 겸손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내가 죽을 때까지 매일 책을 읽는다 해도, 세상에 있는 책의 반의반도 읽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반의반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양의 책만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간되는 신간이 있기에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나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을 읽고 싶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도 작가의 심정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에는 누가 나에게 무엇 때문에 책을 읽냐고 물어보면 ”무지함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라고 답변했지만, 이 책을 재독 한 후부터는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라고 답할 것이다. 아무리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원초적인 무지에서 벗어나기를 힘들 것이다. 몇 권의 책을 읽고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만큼 자신이 무지함을 스스로 떠벌리고 다는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죽는 날까지 책을 읽어야 한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본디 하나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책을 읽은 후 길든 짧든 무조건 글을 쓴다. 난해한 내용이라 막상 글이 안 써진다면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와 문장만이라도 쓰면서 훗날의 글쓰기를 준비한다. 책을 읽고 바로 글이 완성되면 제일 좋겠지만, 글쓰기의 완성이 책 읽기의 끝이 아니라, 책에 있는 대로 실제 삶을 사는 모습이 책 읽기의 완성이자 표본임을 알고 삶에 적용할 것이다.



초독 후 쓴 글과의 비교

https://brunch.co.kr/@ilikebook/398



죽을 때까지 책 읽기 / 니와 우이치로 / 소소의책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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