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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3. 2023

한약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내 모습

평소 한약은 잘 먹지 않고, 꼭 먹어야 되는 상황이라도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한다. 건강한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 덕분에 보약도 먹어보질 않았다. 한약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비위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쉽게 손이 가지를 않는다. ‘입에 쓴 것이 몸에 좋다.’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었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쓰면 삼키기는커녕 입에 머금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이라도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 먹어야 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는 속담처럼 나에게 받아들임으로 그 쓸모가 진정한 가치를 나타낼 수 있다. 정말 좋은 것이지만 쓴 맛을 가지고 있는 겉모습 때문에 내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바라봤던 것들, 고난이란 포장을 하고 있는 축복이라는 선물을 미쳐 보지 못했던 어리석은 나의 안목이 한약을 받고 떠올랐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며, 먹었다고 거짓말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그냥 눈 딱 감고 마셨다. 입맛이 없어서 혀의 감각이 무딘 탓인지 그렇게 쓴 맛은 아니었다. 이것을 먹고 빨리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라 쓴 맛이라도 잘 먹어야겠다.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에 한약방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한테는 늘 한약 냄새가 났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자기 집이 한양방을 하니 늘 한약 냄새가 옷에 묻었을 것이고,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의 옷에서 한약 냄새가 나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모를 수 있듯이 익숙함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인간의 몸은 항상 있는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나의 몸과 뇌를 속여 매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 거울 속 나와 마주하고 확언을 한 후, 평소와는 다른 손으로 양치질을 한다. 익숙함이 아닌 어색함이 주는 새로움으로 나의 뇌를 속이고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긴장하며 눈치를 보게 되는데, 막상 익숙해지면 마치 처음부터 이곳이 나의 영역인 것처럼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편하게 지내는 것도 인간의 적응력이다. 15년 이상 되는 시간 동안 익숙하게 해 왔던 나의 업무를 내려놓고, 아직 익숙하지 않아 매일 하지 않으면 도망가려고 하는 글쓰기를 부여잡으며 익숙함으로 만들고 있다. 매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익숙함으로 다가올 것이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세 속에 나만의 공간인 병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창 하나 사이에 단절된 공간이 익숙함과 어색함의 중간에 있는 나의 모습과 똑같다는 느낌이 든다.


간절히 내가 원하는 것이기에 더욱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글감이고, 평범함 속 특별함을 찾아내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나의 글쓰기는 생활 속에서의 진솔함과 고유함을 나타내기를 원한다. 그리고 복잡하고 화려하지 않은 간결하고 담백한 글로 표현하고 싶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할지라도 난 반드시 간결하고 담백한 글을 쓰려고 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내 안의 상처를 표현함으로 치유하며, 진정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죽을 때까지 현역, 죽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하는 축복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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