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에도 달리는 미친 X
어제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내린 비는 밤사이 더 많이 내렸고, 이른 새벽 빗소리에 잠을 깰 수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자기는 했지만 자기 전부터 오늘의 우중 달리기를 각오하고 있었기에 비가 와서 달리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10km 가상 마라톤을 잘할 수 있을지 만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늦게까지 밀려 있던 달리기에 대한 글을 마무리해서 평소보다 늦게 잤지만 습관의 힘으로 새벽에 일어날 수 있었다. 침대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우중 달리기를 대비해 방수 점퍼를 하나 더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가민의 제안을 습관적으로 확인만 하고 짧은 수면으로 몸이 회복이 되지 않아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달릴 것이다.
굳은 다짐을 하고 밖에 나오니 예상했던 대로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거침없이 비를 맞으며 달리기 코스 쪽으로 내려가는데 문득 신발이 물에 잠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수로가 낙엽으로 막혀있어 물이 차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배수로를 막고 있는 낙엽을 제거해서 물이 빠지도록 했다. 달리기 전부터 신발이 물어 젖었지만, 시원하게 물이 내려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몇 번의 우중 달리기를 했던 경험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면서 호우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운동하시는 분이 거의 없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우산을 쓰고 걷기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달릴 때 물이 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함을 느꼈다. 달리기에 미친 사람이 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지만, 비가 와도 걷기 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저분들처럼 달리기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은 더 최선을 다해 달리고 싶었다. 우중 달리기를 하면서 처음 10km의 거리를 달리기를 하는 것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절대 중도 포기하지 않고 페이스를 늦추더라도 끝까지 달려서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스트레칭을 했다. 호우주의보가 내려 하천이 범람할 정도였지만 안전한 달리기 코스를 찾아 가상 마라톤 10km 달리기에 도전했다.
비를 맞으며 달리면 초반에 몸에 예열되지 않아 페이스 조절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3~4km 구간부터 본격적으로 페이스 조절을 하며 달리기로 계획했기에 처음에는 천천히 달렸다. 늘 달리던 길이지만 오늘의 코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혹여 물웅덩이는 없는지, 미끄럽지는 않은지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달렸고, 다시 한번 우중 달리기를 할 때 물이 고여있는 곳은 정말 조심해서 달려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옷이 비에 젖어 몸에 딱 달라붙어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과 빗물의 무게가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젖은 옷의 무게는 평소 내 몸무게보다 근육과 관절에 하중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길에 넘어질 수도 있기에 착지할 때 더욱 신경을 쓰면서 달리기를 해야 하는 것을 배우며 다양한 달리기 환경을 경험해야 한다는 말에 온몸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많은 비가 내려 물이 불어난 하천을 보니 평소 달리던 길이 잠길 정도였는데, 오리들은 신이 난 표정으로 멱을 감는 것을 보니 꼭 비가 많이 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잠수도 하고 신나게 멱을 감고 싶었는데 가을 무더위로 점점 수위가 낮아지는 하천에서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지 못했던 오리 가족들이 단체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대기 중에 수분이 많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코로만 호흡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호흡에 집중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했고 다행스럽게도 비를 맞아 체온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본래 열이 많은 체질이라 우중 달리기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 팔과 얼굴을 만지며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지 수시로 확인했다.
새롭게 우중 달리기 코스를 개발했다는 기쁨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린 날의 달리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가상 마라톤 순위는 9등을 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순위보다는 완주에 더 의미를 두기에 이런 날씨에 달린 경험을 통해서 대회 당일 비가 올 경우 잘 대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대처 능력이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 달리기를 하는 복장인 반팔과 반바지에 방수 점포를 입고 나온 것이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중 달리기의 필수품을 알게 되었다. 물웅덩이를 지날 때마다 러닝화에 가득 차는 물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과 물에 젖은 양말로 인해 신발 안에서 발이 밀리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에 딱 맞는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중 달리기는 날씨 좋은 날 하는 달리기보다 더 많은 체력 소모가 생긴다. 그래서 비가 와서 신난 강아지처럼 들떠서 오버 페이스를 한다면 완주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에, 수시로 페이스를 확인하면서 달려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의 핵심이 얼마나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느냐이기에,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인 체력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을 느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가상 마라톤에도 점점 자신감이 생긴다. 하지 않았기에 잘못하는 것이지 계속 시도하고 연습하면 나도 할 수 있음을 배웠고, 이렇게 몸으로 느끼며 배운 것을 매일 실천할 수 있도록 달리기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반성을 시간을 가질 것이다. 초보 러너가 겪게 되는 한계와 문제점으로 달리기를 포기하거나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전문가들에게 배우고 직접 경험하며 나만의 달리기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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