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남긴 에세이, 그래서 적는 수필_01
그대가 남긴 에세이,
그래서 적는 수필.
다시는 오지 않을
그래서 기억 속에 있어줘서 고마운
시리도록 빛났던 청춘,
날씨마저 말갛던 그 날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우리가 가장 아팠을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내가 생각했던
너무나 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아닌
가장 잊고 싶은 그 순간.
"행복한 순간은
행복해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네가 가장 힘들어했던 순간으로
돌아가서 아프지 않게 하고 싶어."
내 기억을 바꾸어 주고 싶다는 그가
고마웠고 기특했으며,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까지
생각하는구나 놀라웠다.
그렇지만 가슴이 아릿했다.
그는 좋은 순간에도
완전히 기쁨을 누릴 수가 없구나.
문득 아팠던 우리를 떠올리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구나.
우리는 같이 사랑을 하면서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다르구나.
나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행복을 느끼기 위해.
그는 가장 미안했던 순간으로,
기억을 바꾸기 위해.
같이 손을 잡고
발걸음을 맞추어 걸어도
이렇게 날씨가 좋아도
그 순간이 온전히 평화로워도
우리는, 서로 조금 다른 사랑을 했다.
지금은 같을까.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것은.
아니면 다를까.
그래서 우리가 헤어졌듯.
아무래도 상관없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로를 사랑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