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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Jul 24. 2016

"4월 둘째 주 토요일에 만나자."

벚꽃이 피기에는 조금 일렀던 봄날.



"꼭 나와야 해."

몇 번이나 헤어지다가

끝내, 헤어졌던 그 날.

마지막 약속을 했다.


2년 후, 4월 둘째 주 토요일.

오래 만나는 동안

한 번도 같이 본 적 없던 

벚꽃이 피어나는 봄날, 

다시 만나자고. 


아주 오래전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 날의 약속이 우스워지거나

상대방이 나올 것 같지 않아도

그래도 꼭, 그 장소로 나와달라고.


밤새 앉아 이야기하던

때론 혼자 앉아야 했던

너의 어깨에 기대었고

웅크린 채 혼자 울었던

그 작은 벤치 앞으로.





아무런 약속도 없었고

비도 내리지 않았던

이른 봄날, 저녁

메시지를 보냈다.


[미안해, 못 갈 것 같아]


보내는 번호는 

아무 숫자나 눌러버린 채.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다렸어, 그래도 나갔었어] 


4월 둘째 주 토요일.

벚꽃이 피기에는 

조금 일렀던,

너를 잊기에는

아직 일렀던,

어느 봄날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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