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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Dec 26. 2018

아무런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는 날입니다

  아무런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는 날입니다.

하하 호호 웃던 커플 손님이 갑자기 물건을 던지며 싸우고 나간 일을 빼면,

갑작스러운 방송국 인터뷰에 카메라 앞에서 얼음이 된 일을 빼면,

수제비를 먹고 위가 버거워 종일 끄억끄억 했던 것을 빼면,

두통 그리고 모니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구통이 있었던 것만 빼면,

그림을 그려야 할지, 책을 읽어야 할지, 글을 써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만 빼면,

아주아주 긴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만 빼면,

오늘은 좀 일찍 문 닫고 들어가야겠습니다.

찾는 물건은 아직 나오지 않고, 비밀번호는 너무 잘 숨어있고, 몇몇은 얼굴이 기억나지 않고, 아침에 문뜩 떠오른 지인의 안부는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겨울의 밤은 겨울답게 날이 더 단단해진다 하니 

밤은 안녕할 듯하고, 나도 쉽게 죽거나 하진 않고.

내일은 물건도 찾고, 비밀번호도 풀고, 얼굴도 기억하고, 지인의 안부도 물어야겠습니다.

아, 잊고 있던 편지도 쓰겠습니다.


기억할 이유가 하나 없는 2018년 12월 26일은

독감이 매섭다 하니 모두가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퇴근을 준비하겠습니다.






illruwa

instag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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