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과 고통
그림을 그리면 힐링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리기는 상당히 적극적인 인 태도를 요구하기에
가만히 수동적으로 할 수 있는 그리기를 찾는다면 색칠공부(컬러링북이라고도 불리는) 룰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그려놓은 그림에 비워진 칸을 칠하는 것이다. 그것 역시 쉽지는 않지만 하는 동안은 머릿속의 치열한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다. 그래서 한동안 멍 때리기, 힐링 아이템 같은 포지션으로 판매되곤 했었다.
1시간 2시간 3시간 동안 무엇을 집중해서 그것에만 몰두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이 시정도의 시간은 어.. 하고 생각하는 사이 사라져 버린다.
어떤 날은 내가 2시간 동안 이런 걸 그리다니 하고 놀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두 시간 동안 고작 이것밖에 못 그렸나 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에너지 소모가 큰 편이기에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이지만, 집중하고 머리에 떠올리고 손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민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피로함을 느낄 것이다.
작업의 과정이 즐거우면서도, 꼭 맘에 들게 되지 않는 것들이 나, 마냥 편하게 즐길 수만은 없는 마음이 찾아와 창작자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창작으로 경험하는 세계는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조금은 풀리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결과를 향해 나가는 것이다.
나가보면 내가 처음에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 도착해있기도 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