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같이살이 : 혼자이지 않은 삶
시절인연(결혼할 인연)
때가 되어 인연이 합하다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했던, 그립고 그리웠던, 소중한 날의 기억.
첫 만남에서 1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돌고 돌아 다시 만났고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스무 살 풋사랑이었고 첫사랑이었던, 그리고 나의 첫 남자친구였던 그 사람과.
“너희는 정말 인연이야.”
엄마는 늘 우리 부부에게 서로가 인연임을 말하곤 했다. 시부모님 역시 마찬가지로 늘 같은 이야기를 하신다. 우리는 ‘결혼할 인연’이었다고.
문득, 세상에 수많은 인연 중에 우리는 어떤 인연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한때는 항상 사는 지역이 엇갈려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라 생각했었고, 첫사랑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믿었다. 그만큼 우리의 인연은 깊었으나 늘 엇갈렸고 그럼에도 끈질기게 이어졌다.
나는 그런 우리의 인연을 ‘시절인연’이라 정의했다. ‘만날 때가 되어 만나게 된 인연’.
-결국 결혼은 타이밍의 문제다.
서로의 마음이 같을 때 각자의 옆자리가 비어있었고, 치열하게 살아온 삶 속에서 다시 만나 결혼이라는 결심을 할 수 있었던 때에 시의적절하게 만나졌다.
#평생지기
동갑내기인 우리는 스무 살, 고향에서 만나 첫 연애를 시작했고, 짧은 시간 동안 강렬히 만났다. 서로를 알아가기에 바쁠 시기에 남편은 군대에 입대했고 그 시기 나는 첫 대학을 자퇴 후 새로운 대학에 재입학을 하며 상경했다. 내가 학교를 졸업할 무렵 남편도 전역했다. 그렇게 우리는 긴 시간동안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었다. 전역 후 남쪽 나라로 돌아간 남편, 도시로 상경한 나.
나의 서울살이에서 주어진 짧은 ‘쉼’의 순간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산으로, 바다로, 가끔 만나는 짧은 순간을 늘 함께했다. 비록 자주 만나지 못했고 오랜 시간 함께 있지 못했지만 나와 그의 20대에는 당연하게 서로가 있었다. 그리고 20대 후반, 우리는 결국 이별했다. 헤어지더라도 서로에게 평생지기가 되어주자 약속하며 미련을 가득 담아 떠나보냈다.
그때의 나는 너무나 치열하게 살던 시기라 연애란 사치였던 듯하다. 서로의 현재를 위해 각자의 길을 향해 갔지만 때때로 소식을 전하며 좋은 친구로 남았다. 나의 첫 번째 귀향 때에 그는 타지역으로 떠나있었다. 그가 귀향 후, 내가 다시 상경했다. 우리는 늘 그렇듯 계속 엇갈렸다.
내가 다시 고향살이를 하며 조금은 자리를 잡은 어느 봄날이었다.
그날, 나에게 한 통의 추억이 도착했다.
우리가 함께한 날들의 사진을 서랍에서 꺼내어 보던 그가 그 사진들을 휴대폰으로 찍어 내게 보내온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시간 여행으로의 초대장과도 같았다. 그날의 대화를 시작으로 간간히 연락을 나누다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다시 시작되었다. 늘 먼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하루하루 함께한 순간이 겹겹이 쌓여 진짜 연인다운 연애를 할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
번아웃에 빠져버린 나를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었던 그 사람.
끝도 없는 암흑 속에서 나를 꺼내어준 빛과 같았던 사람. 나는 그 사람과 결혼했다.
그와의 결혼은 인생 2 막을 알리는 새로운 시작이었다.
어느 영화 속의 대사처럼, 그는 ‘나를 파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