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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현 May 28. 2020

시간이 지나도 업무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로 5년 정도까지는 회사생활이 좋았다. 새롭게 배우는 일은 재밌었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성취감도 느꼈다. 간혹 ‘일 배우는 속도가 빨라.’ ‘꼼꼼하게 일 잘하네.’ 하는 칭찬을 들으면, 야근하느라 회사에 바친 시간도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일을 할수록 평가는 점점 좋아졌고, 자신감이 쌓여갔다. 매월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원 없이 써도 항상 남았다.


7년 차 정도 되었을 때 이직을 했다. 이전까지 다녔던 회사와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큰 규모의 회사였다. 이전까지는 내가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항상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거긴 뭐하는 데야?’

새 회사는 그 질문에 답 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그 질문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새 회사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회사였다.


새로운 회사에서 맡게 된 업무는 이전까지 내가 하던 업무와 달랐다. 잘해왔던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였다. 7년 차 경력자로 입사를 했는데 다시 신입사원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늘 잘 해왔고, 그래서 회사는 나를 뽑았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새로운 업무도 금방 적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일 인분의 몫은 해야 했다.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첫 해의 평가에서 중간 등급을 받았다. 평가등급을 확인하고는 안심이 되었다. 중간이라는 등급은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는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새로운 분야의 업무였는데 이제 적응이 된 거라고 느껴졌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다음 해에는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상위 등급을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퇴사를 할 때까지 난 항상 평가에서 중간 등급이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업무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노력을 한 만큼 내 것이 되지 않았다. 앞서 있는 동료들과의 간격을 좁히기는커녕 더 벌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다. 긴 시간 동안 나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반성했고, 능력이 따라주지 못함을 자책했다. 아침이면 출근하기가 두려웠고, 업무시간 내내 퇴근만 기다렸다.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버거워지면서 점차 지쳐갔고, 일에 흥미를 잃었다.


입사한 지 5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이직한 회사의 업무가 나와 맞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밑 빠진 독에 노력을 쏟아부어봤자 채워질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는걸 계속 붙들고 있어 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퇴사라는 선택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 보이기 시작하니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 말고는 돈 버는 방법을 몰랐고, 살아가는 데에는 돈이 필요했다.


결국 퇴사를 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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