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부검서

정신병리 연작시

by 장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망자: 장준


나는 나를 부검하겠다.

168센티미터의 신장에
왼손 주먹만 한 심장은 무정지


몸무게는
16800에서 11100을 빼고
돼지 한 근을 얹은 값.
(그건 아마도, 그램일 것이다)


사인(死因)은

사슴으로 태어나 사자의 흉내를 낸 것.
그리고 사자 앞에서 으스대며
떨리는 심장을 자랑했던 것.

(웃긴 일이지)


나는 나를 부패시키고
내 안에서 내가 나에게
‘너는 썩었다’고 보고한다.

(그게 자랑인 양 아이처럼 교태를 부리고 다녔겠지. 멍청한 것.)


그러므로 이 죽음은, 수치심을 견디다 못해

가면을 뒤집어쓰고 그 무게에 넘어진 꼴이다.


거짓 자아에 부푼 몸을 버티기 위해 역겨운 지방을 온몸에 쳐발랐다.

거미줄에 걸려 포식자도 모르게 발버둥친 기만자는
현재 시각 2025.05.18.일요일 오전 2시 32분경으로 사망했음을 보고합니다.



검사자 및 피검사자: 본인
장소: 이성애자라면 여자, 동성애자라면 남자

외인사(外因死) 사항: 자궁(子宮)이 온몸에 돌아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