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월 10월 24일
생선가시가 혀에 찔려 나의 피를 맛보았소.
떫은 쇠를 벼려낸 종이 맛이 나더이다.
나는 혀를 다쳤지만 내 혀의 맛을 알았기에 무어라 할 말이 없소.
온전한 삶을 바랬건만 불안한 상처로부터 내 혀의 속성을 깨달아 참 혼란스럽기 그지없구려.
나는 잠깐, 내 혀가 누구의 것인지 몰랐던 것 같소.
내가 계집아이 같다는 것은 무슨 말인지 계속 곱씹어보았소.
평소에 행동이나 손짓이 과하다는 말들은 자주 들었네만, 그렇다고 여성스러운 면모가 많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소.
그대가 한 마디 던진 말이지만 가볍게 말을 두는 자는 아닌지라, 계속 마음에 걸리는구려.
바둑으로 치면 내가 정수(正手)를 놓는다 생각했건만 그대가 급소를 찔렀구나 싶네.
거울 앞에서 혀를 내밀어 보았소. 혀끝이 내 것 같지 않더이다.
그대가 내게 계집아이 같다고 했던 그 말, 혀 밑에 가시처럼 걸려 있더이다.
나는 그 말을 삼킬 수 없어 거울을 꺼뜨리고 방을 어둡게 했소.
왼쪽으로 거울을 보고
오른쪽으로 거울을 보고
위쪽으로 거울을 보고
아래쪽으로 거울을 보고
잠깐이나마 보이는 사진 한 장 같은 이상한 얼굴만이 나를 응시하오만.
가만 보면 나는 그대를 통해 나 자신을 알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오.
나를 사랑할 수 없으면서 어찌 그대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묻는다면, 아직 답을 몰라 변명을 둘러 댈 것 같소만. 이유는 모르겠소. 애정 하는 것에 사유가 있겠는가. 위에서 아래로 낙과가 떨어지듯 그대에게 내 마음이 떨어져버린 것 같소.
나는 머리가 아파와 거울을 덮었소만, 자꾸만 검은 그대 눈동자가 반짝였소.
그대를 본다는 것은 내 뱃속에 달린 거울을 보는 것이 아닐까 하오.
나는 그대의 이로 씹혀 터지는 달콤한 과자가 되고 싶었소.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맛보고 싶어하는 그런 매력적인 다과 말이오.
나는 그대의 이로 씹히고 싶었소만.
그러나 부서지기 전에, 먼저 그대를 깨부숴야 한다는 사실이 머리를 아프게 하는구려.
아마 그대를 함입(陷入)함으로써,
나도 당신과 같은 달콤함을 가지고 싶었던게요.
허나 그러기위해 당신을 붕괴(崩壞)해야 하니 영 혼란스럽소.
어째 목을 타고 스멀거리며 기어오르는 졸음과 묵향만 입가에 퍼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