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월 10월 25일
우습게도 어제 내 생일이라 생색을 내고 싶었소.
허나 김치국이 묻은 소매에서 매캐한 냄새가 올라와, 손끝으로 문지르다 괜히 손톱 사이 피가 흘렀구려.
내 아무리 벙어리라 한들 언어의 비계(飛階)를 세울 수 있소.
목소리가 없어도 말 속에 마음이 베일 수 있소만.
눈동자가 깜빡이는 순간 감정이 소리보다 먼저 방으로 흘러들어오지 않은가.
사소한 축하라 해도 바랐소.
말 없는 연인이라 해도, 송장과 같이 식어 있는 침묵은 원치 않소.
그대의 입술은 따뜻하지만, 입 안은 모래처럼 말라 있지 않소이까?
내 꽃을 받고 싶소.
숫자는 상관없네.
꽃잎을 잘근잘근 씹어 내 혀 위에 피운 뒤 삼키고 싶소.
그대가 내 안에서 자라나도록 말이오.
내가 그대에게 먼저 선물을 보낸 것은-어찌보면 받고자 하는 소망이었을 거요.
과자봉지를 열고 씹는 그 소리가 내 언어였으니,
이번엔 그대의 꽃으로 대답해 주시오.
만날수록 바라는 것이 많아지는 듯 하오만,
바람은 잘 되고자 하는 기대로부터 오는 것이니 퍽 기운찬 기분이오.
나는 마음이 시든이와 동침하고 싶지 않네.
그러니 내게 달콤한 꽃을 하나 다음에 주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