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1월 10일
나, 거울을 본다.
왼쪽, 오른쪽, 위쪽, 아래쪽.
모든 방향에서 얼굴을 살피지만 얼굴이 낯선 듯 긴장한다.
그대, 시선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나를 신경 쓰지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대: (담배를 피우며) 차를 끌고 올걸 그랬나?
CUT TO:
플래시백 – 지하철 출구.
검은 털의 토끼처럼 앳된 남성이 보인다.
그대가 서 있다. 무뚝뚝하게 보인다.
지하철 너머 다가오며 나를 보고는 가볍게 웃는다.
CUT BACK TO:
나, 거울을 덮는다.
잠깐 한숨을 쉬려고 들숨을 크게 들이쉬다 참는다.
결심한 듯 책상 앞을 검지로 두 번 톡톡 두드린다.
나 (V.O.)
지금 피우는 담배는 무슨 맛이야?
나, 연필로 메모지를 긁적인다.
클로즈업 - 흘러가는 시계 초침이 보인다. 째깍거리는 소리와 글을 적는 소리가 몇 초간 들린다.
기다리는 그대, 표정은 싸늘하다.
나, 쓰던 메모지를 구기고 다시 메모지에 크게 "미안"이라고 적는다.
그대: 또 뭐가 미안한데? (무덤덤하게)
나, 메모지에 말하고 싶은 것을 적는다.
나 (V.O.)
생각해봤어?
그대는 담배를 재떨이에 털고 또 다른 담배를 찾는다.
그대: 뭐를?
나 (V.O.)
다음 휴가에 할 거. 아니면 하고 싶은 거.
그대: 딱히? 글쎄다. (무심하게)
나 (V.O.)
나랑 앞으로 하고 싶은 거는 없어?
그대는 메시지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대: (귀찮다는 듯이) 오늘 저녁밥 메뉴도 못 정했는데 무슨.
나, 말을 듣고 메모지에 “그러면 나랑은 왜 만나”라고 급하게 쓴다.
하지만 속상함이 북받치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 조용히 흐느낀다.
서로 앉은 창밖을 보여준다.
밖은 비가 세차게 내린다.
창문에 빗방울이 흐른다. (beat)
그대, 모습이 물방울을 통해 쳐다보는 듯 흐리다.
카페 속 소음과 담배 피우는 소리, 사람들의 수다소리가 북적인다.
정적. 눈앞에 하얀 장미 열 송이가 있다.
나, 흐느끼다 놀라서 그대를 쳐다본다.
상황을 이해 못한 듯 빤히 있다.
그대: 생일 선물. 넌 어떻게 볼 때마다 우냐? 남자가.(장난치듯)
그대, 가볍게 웃으며 선물을 나에게 쥐어준다. 그리고 나 손을 잡고 말한다.
그대: (달래듯) 울지 마.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시키자.
비가 내리는 거리. 사람들이 북적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우산, 아래에는 커플처럼 보이는 다정한 남녀가 있다.
클로즈업-커플이 밟고 지나간 들꽃
이내 진흙이 묻은 발자국, 아래 하수구로 빗물과 함께 밟힌 꽃잎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