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검정토끼 06화

여섯 번째 만남

1998년 11월 10일

by 장준

S6#


INT. 작은 카페 – NIGHT


나, 거울을 본다.

왼쪽, 오른쪽, 위쪽, 아래쪽.

모든 방향에서 얼굴을 살피지만 얼굴이 낯선 듯 긴장한다.


그대, 시선은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나를 신경 쓰지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대: (담배를 피우며) 차를 끌고 올걸 그랬나?


CUT TO:


플래시백 – 지하철 출구.

검은 털의 토끼처럼 앳된 남성이 보인다.

그대가 서 있다. 무뚝뚝하게 보인다.

지하철 너머 다가오며 나를 보고는 가볍게 웃는다.


CUT BACK TO:


INT. 방 – NIGHT


나, 거울을 덮는다.

잠깐 한숨을 쉬려고 들숨을 크게 들이쉬다 참는다.

결심한 듯 책상 앞을 검지로 두 번 톡톡 두드린다.


나 (V.O.)

지금 피우는 담배는 무슨 맛이야?


나, 연필로 메모지를 긁적인다.


클로즈업 - 흘러가는 시계 초침이 보인다. 째깍거리는 소리와 글을 적는 소리가 몇 초간 들린다.


기다리는 그대, 표정은 싸늘하다.


나, 쓰던 메모지를 구기고 다시 메모지에 크게 "미안"이라고 적는다.


그대: 또 뭐가 미안한데? (무덤덤하게)


나, 메모지에 말하고 싶은 것을 적는다.


나 (V.O.)

생각해봤어?


그대는 담배를 재떨이에 털고 또 다른 담배를 찾는다.


그대: 뭐를?


나 (V.O.)

다음 휴가에 할 거. 아니면 하고 싶은 거.


그대: 딱히? 글쎄다. (무심하게)


나 (V.O.)

나랑 앞으로 하고 싶은 거는 없어?


그대는 메시지를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대: (귀찮다는 듯이) 오늘 저녁밥 메뉴도 못 정했는데 무슨.


나, 말을 듣고 메모지에 “그러면 나랑은 왜 만나”라고 급하게 쓴다.

하지만 속상함이 북받치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 조용히 흐느낀다.


WIDE SHOT:


서로 앉은 창밖을 보여준다.

밖은 비가 세차게 내린다.

창문에 빗방울이 흐른다. (beat)


FADE IN:

그대, 모습이 물방울을 통해 쳐다보는 듯 흐리다.

카페 속 소음과 담배 피우는 소리, 사람들의 수다소리가 북적인다.


CUT BACK TO:


정적. 눈앞에 하얀 장미 열 송이가 있다.

나, 흐느끼다 놀라서 그대를 쳐다본다.

상황을 이해 못한 듯 빤히 있다.


그대: 생일 선물. 넌 어떻게 볼 때마다 우냐? 남자가.(장난치듯)


그대, 가볍게 웃으며 선물을 나에게 쥐어준다. 그리고 나 손을 잡고 말한다.


그대: (달래듯) 울지 마.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시키자.


FADE OUT:


비가 내리는 거리. 사람들이 북적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우산, 아래에는 커플처럼 보이는 다정한 남녀가 있다.


클로즈업-커플이 밟고 지나간 들꽃


이내 진흙이 묻은 발자국, 아래 하수구로 빗물과 함께 밟힌 꽃잎이 떨어진다.

keyword
이전 05화다섯 번째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