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특이한 사람들

누구나 마음 속에 어린아이가 있다.

by 장준

우리는 지금까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였다. 자신의 생각들을 이따금씩 돌아보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제 그것을 가슴깊이 받아들일 때이다. 삶을 살아오며 우리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며 각기각색의 다채로운 삶을 살았다. 그 삶은 고될 수도 있으며, 역경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어떻게 가슴깊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인 물은 썩는다.”


사람의 생각도, 마음도 물과 같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비록 물길이 다양하고 험난한 길을 거쳐 갈지언정,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을 붙잡고 더럽히게 만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민과 걱정으로 혼자서 끙끙 앓고 있다면 그 생각은 분명 썩기 마련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그것을 반사해주는 거울과 같은 상대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반사이면 좋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상대방의 모습이 아니여도 좋다. 상처에 지치더라도 우리가 사람 속에 살아가는 존재로써, 상대방의 모습을 통해 나를 가슴깊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의 상처는 관계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 상처가 곪은 채로 방치하면 그것은 쌓이고 압력이 가해진다. 마치 압력밥솥에 김을 빼지 않은 상태와 같다. 밥솥 속에 있는 뜨겁고 꾹 눌려있는 김을 빼기 전까지는 뚜껑을 열 수 없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스스로 빼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듯이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나의 모습을 파악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싶은 사람도 있으면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하다고 느껴지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판단하며 구분할 수 있을까?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가진 마음수준에 따라 그에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 말에 동의하는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마음들을 역동(Dynamics)이라 한다. 역동의 영어의 유래는 우리가 흔히 아는 폭탄, 다이너마이트에서 왔다. 펑 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힘차고 강력한 힘을 뜻한다. 우리 마음속에 하나씩 펑펑 터지는 폭탄이 있다. 폭탄은 사람의 마음을 부분적으로 찌그러트린다. 찌그러진 부분마다 사람의 모습은 달라지고 변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찌그러진 부분이 알맞은 부분끼리 맞는 사람들이 서로 모이게 된다.


이는 가족분화수준(Family Differentiation Level)의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분화 수준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 예시를 보자.

어느 추운 날 고슴도치들은 추위를 피하려 몰려들며 떼를 지었다. 서로 모이니 가시가 몸에 서로 찔려 아파하였다. 그러면서도 추위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고슴도치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거리를 벌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분화이다. 마냥 당연한 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 찰떡처럼 붙어있는 곳이 많다. 또는 아예 냉대 하며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추위에 벌벌 떠는 지도 모르고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적당한 유지를 주며 살아가지만 자신이 부모에게 배웠던 것들. 얼마나 사람을 멀리 대하고 가까이 대해야 하는지, 사람의 어느 부분을 믿고 따라야 하는지, 부모에게 배움 받은 가르침이 무엇인지에 따라 자신의 모양이 결정된다. 물론 그 속에는 개인의 자유의지가 있다. 대장장이 집안 가문에서 항상 대장장이만 나오라는 법이 없다. 어느 아이는 대장장이 일을 지겨워 할 수도 있고 부모의 가르침을 전수받는 것에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의 힘은 강하다. 부모가 모양새를 잡고 매무새를 만드는 대로 아이는 자라나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폭력도 그러하다.


집안의 불행은 몇 번이고 되풀이 된다. 알코올 중독 집안에서는 알코올 중독자가 나온다.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의 집안에서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되기 일쑤다. 이것은 가정불화가 있는 사람들을 근본부터 문제가 있는 집안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집안의 불행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어떻게 악순환을 끊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자신의 삶의 방법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아이의 시선을 바라보려는 사려 깊은 시도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 그것은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이루어지는 변화이다. 아픔에는 나이가 상관없다. 아픈 순간 감정이 북받쳐 나의 안전한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러 다양한 마음의 변화들을 살펴보고 나의 마음속에는 어떠한 말들이 오고가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의 성격을 몇 가지로 나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병적인 모습들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특히나 구분이 필요하다. 어떤 병인지 알기 위해서는 병명을 짓고 특징들을 구분해 놓아야하기 때문이다. 허나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알 것인가? 열길 속은 알아도 사람 속마음은 모른다 하였다. 사람의 마음은 만 갈래 길 그 이상으로 나뉘는 다채로운 마음들이다. 그 속을 어찌 진단하고 병명을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 특히나 상처가 만성적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다양한 원인들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지 이것을 억지로 묶는 것은 마치 어지럽혀진 케이블 선을 싸잡아 묶어버리는 꼴이다. 의학 진단기준은 전적으로 DSM-5의 진단기준을 따른다. 마치 이는 정신의학계의 성서와 같이 여겨졌는데(아동교육에 딥스가 있다면 정신의학에는 DSM이 있겠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의 성격장애를 어떻게 11가지로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 진단적인 측면에서 임상장면과 이론적인 측면으로 꾸준히 제시되는 문제로써 DSM-5의 역기능적인 측면이 지목되고 있다.


당신은 정신질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정신질환자에 대한 범죄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예비범죄자’라는 시각마저 존재하며, 어떤 사람은 법정에서 정신질환이라 주장하는 범죄자는 그저 형벌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과 꼼수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법을 어긴 자라면 그에 합당한 대우와 처벌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는 예비범죄자가 아니다. 그리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처우는 극악에 달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어떠한 법적조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질환자의 특성에 맞춘 어떠한 치료적 대비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분야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격이란 사람이 살아온 반복적인 패턴을 말한다. 성격에 정신적인 문제가 가해지는 성격장애와 같은 경우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삶을 그만큼 오래 살아왔음을 강조하고 싶다. DSM-5에 제시된 성격장애 11가지 병명진단은 그저 사람의 마음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살아온 것일 뿐이며 그들의 삶이 그만큼 거칠고 고된 삶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정신 병리에 대해서 우리는 매우 낯설게 이해될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는 필요가 무엇인가? 다양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면모의 극단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의 모습은 DNA속에 저장된 우리의 원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삶을 통해 그것이 빚어져 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정신 병리를 겪고 있는 성격장애의 유형은 우리의 삶에서 극한의 고통을 겪는 이들일 뿐이다. 이들은 그저 스펙트럼상의 맨 끝에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들을 다른 사람이라 칭할 수 없으며,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성격장애는 정신 병리의 끝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마음이 찌그러졌을 때 나타나는 우리의 극단적인 모습을 매우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 이들을 통해 스펙트럼 상의 위치를 그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챕터에서는 11가지의 성격장애에 관련하여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제시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아이가 존재한다. 11가지의 병명진단명은 물론 현대의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나, 그것을 마음깊이 굽어보는 시도를 가질 것이다. 성격장애란 마음속의 틈을 비울 수 없는 삶이 존재하는 11가지의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 챕터에서는 아픔의 다양한 증상들, 그에 대한 마음이 힘든 원인을 알아보도록 하고 그에 대한 치료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이의 마음에는 그 어떤 잘못과 변명 그리고 진단명의 꼬리표가 필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마음을 돌아보며 우리의 시각을 넓히기 위하여 진단명을 배제하려 노력하였다. 앞으로의 탐색과정이 독자들에게 있어서 마음을 굽히고 자세를 낮춰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이번 장에서는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그것을 가슴깊이 다루려는 시도를 하였다. 다음 이어지는 본론에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가지며 타인에 대한 넓은 시각을 독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저술을 해보려 한다. 나의 삶이 받아들인 준비가 된다면, 이제 타인의 삶을 이해해볼 때이다. 당신들은 타인의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이제 여러 가지 다채로운 삶들을 가슴속에 담아보는 경험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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