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여린 소녀 시절 나는 유난히 미용실에 가는 것이 어색했다. 어색했다기보다 그 장소와, 사람과 시간이 조금 고통스러웠달까? 어린 시절 꽤 이쁘다는 칭찬도 듣다가 젖니를 갈고부터 얼굴이 못생겨지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뻐드렁니에 마른 몸으로 우리 반 일진에게 못생겼다는 놀림도 받았다. 그런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을 직면해야 하는 장소가 있었으니, 바로 미용실이었다. 얼굴이 마음에 안 드니 당연히 어떤 머리를 해도 마음에 들일이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사춘기의 몸으로 어른인 미용사와 나눌 대화 내용이 없었다. 대화도 어색했고, 거울을 똑바로 보는 것도 어색했다. 조금 나이가 들어 교정도 하고, 제법 외모에 자신을 갖게 되었지만, 미용실은 여전히 불편한 공간이었다. 곱슬머리를 펴는 아이롱 파마를 2시간 이상씩 할 때는 이상하게 체력이 달렸다. 힘들고, 지겨웠다. 머리가 완성돼서, 마음에 조금 들기는 했지만, 그 긴 시간을 머리에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미용실은 묘한 공간이다. 내 신체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미용사와 대화도 나누는 공간이다. 때문에 미용사는 특별한 감각이 요구된다. 남들은 머리를 자르는 기술이 웬만하면, 미용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의외로 미용사는 심리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직업이다. 며칠 전 지인이 미용실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와 자신이 갔는데, 미용사가 커트 손님인 자신보다, 염색 손님을 더 신경 쓰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였다. 대우를 못 받는 느낌이 올라왔고, 자신은 언제나 미용실이 불편하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문제 같기도 하다는 지인의 말을 들으면서, 나만 미용실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물론 내가 특정 미용사를 비방하거나, 특정 직업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1%도 없다. 다만, 미용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리적인 상호작용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의외의 공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오랜만에 기분전환을 생각하며, 미용실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화풀이를 하려고 자신의 머리를 지지고 볶고, 자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엔 새로 가게 된 미용실의 환한 인테리어와 미용사의 드라이 솜씨가 마음에 들어서 요즘에는 미용실을 자주 찾는다. 가만히 보니, 미용사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독한 염색약과 파마약도 가까이해야 하는 고충이 있어 보인다. 전에 다니던 미용실의 원장은 머리카락이 피부를 찌른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꼬마 손님이 미용실에서 투정을 부리는 것을 가끔 본다. 만만치 않은 꼬마 손님을 달래가며, 머리를 자르는 미용사는 숙련된 솜씨를 요구한다. 세상에 쉬운 직업은 하나도 없겠지만, 미용사는 특별히 더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는 직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