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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Mar 27. 2024

눈물의 중년

중년세계

"자기야? 지금 우는 거야? " 얼마 전 남편 생일이었다. 가족들끼리 단란하게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자르려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던 중이었다. 한참 딸아이와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아빠의 ~." 하고 있는데, 남편이 흐느꼈다. 상 위에는 조촐하게 생일케이크뿐이었다. 내가 상다리가 휘어지게 생일상을 차려준 것도 아니었는데, 남편은 고맙다며 흐느꼈다. 그는 중년이 되자, 자주 눈물을 보였다. 지난주의 일이다. 딸아이는 아이유의 팬이다. 아이유 신곡이 나오자, 노래방 가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우리 세 식구는 조촐하게, 동전노래방에 갔다. 셋이서 사이좋게, 한곡씩 노래를 불렀다. 흘러간 노래, 최신 노래, 다양한 멜로디들이 쏟아졌다. 남편이 김건모의 <미안해요>를 좋아한다. 내가 <미안해요>를 예약해 줬다. 남편의 노래가 시작됐다. " 그대여~ 나만의 여인이여. (중략) 꽃 한 송이 사주질 못했던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 미안해요." <미안해요>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소한 것도 해주지 못한 남자가 애달프게 여인을 회상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남편은 밥 한 끼, 꽃 한 송이, 옷 한 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가사가 나오자, 다시 "흑!"하고 울먹였다. 딸아이와 나는 좋은 분위기에서 갑자기 남편이 울자, 당황해서, 그를 달랬다. 결국 미안해요는 남편이 끝까지 부르지 못하고, 내가 마무리하고 말았다. 나중에 "자기 왜 그래요? 왜 울었어?" "자기에게 미안해서. 자기 생각이 나더라." 이렇게 말하면, 나는 변변한 옷 한 벌 없는 여자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동네 옷가게에서 옷을 자주 산다. 그렇게 산 옷은 옷장 두 개를 꽉 채우고도 남는다. 나름대로 나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이 사람이 왜 이러지? 내가 좋아하는 꽃을 자주 사주지 않아 그런가? 싶기도 했다. 남편의 눈물은 작년부터 시작된 것 같다. 예상치 못하게, 남편은 집에서 2시간 30분이나 먼 거리로 발령을 받았다. 관사가 있었지만, 남편은 매일같이 출퇴근을 고집했다. 집과 떨어진 남편은 외로움과 공허함 우울감 등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걱정이 돼서 상담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은 오히려 전에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건강해져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전에는 살기 바빠서, 사사로운 감정을 억압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중년이 되어 힘이 생겨 감정을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남편에게 설명해 주었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나도 중년 들어,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갱년기 호르몬 때문에 눈물이 많아졌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눈물은 카타르시스에 가깝다. 나는 주로, 식구들이 다 잠든 새벽에 운다. 내 곁에 작고도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운다. 힘없이 약해진 우리 엄마, 항상 짠한 남편, 형제 등을 떠올리며 운다. 나의 눈물은 샘처럼 마르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가에 눈물이 한 방울 맺힌다. 중년의 그대가 울고 있다면, 환영하라! 그 눈물은 이해의 눈물이요. 살아있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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