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요일이라 재즈를 들었다. 왠지 금요일에는 재즈를 듣고 싶어 진다. 그리고 재즈를 들으면 우아한 브라운과 자주색 물감에 손이 간다. 붓질은 한없이 자유롭고 여유롭다. 나를 적당히 풀어헤치고 나른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나른함과 자유로움이 좋기 때문이다. 재즈를 듣고 있으면 세상만사가 모두 여유로워진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던 나를 묶고 있는 팽팽한 줄을 툭 하고 내려놓고 마구 흐트러져도 좋다는 기분이 든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금요일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한없이 여유롭게 자유롭게 나른하게 그렇게 일주일을, 일상을, 삶 전체를 살고 싶다.
오늘은 일하면서 문득 서두르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렸다. 서두를 것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동동거리며 조급해하는 마음이 순간 보인 것이다. 지금 내가 이 일을 급하게 서두르며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어떤 일을 설거지 해치우듯 급하게 서두르며 하는 내가 보였다. 그 순간 알아차림을 해서 다행이다. 만약 내가 그 순간을 알아차림 하지 못했다면 삶을 서두르며 여유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삶은 답답해졌을 것이다. 마치 여백없는 꽉 막히고 답답한 그림처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여백이 생긴다. 그리고 나는 이상하게 그 하얀 여백에 무언가를 칠하거나 그려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생긴다. 여백은 모두 물감으로 꽉 채워야 한다는 이상한 편견을 가진 사람처럼. 그리고 결국 그 하얀 여백을 그대로 두지 않고 무언가를 그리거나 칠하는 순간 그림은 더 이상 생기와 여유로움을 띠지 못하고 답답하고 꽉 막힌 그림이 되어버린다.
하얀 여백은 그림에서 숨구멍과 같다. 알아차림 하는 순간과 같다. 지금 이 그림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알아차림 하고, 여유롭게 숨 쉬게 해주는 비어있는 공간. 그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야 그림이 숨 쉴 수 있고, 생기를 띤다. 그리고 보는 사람에게 그림 너머의 것을 상상하고, 그림을 보고 있는 그 순간을 알아차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마치 재즈가 듣는 사람에게 한없는 여유와 나른함,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처럼.
금요일, 재즈, 알아차림, 그림 속 하얀 여백, 비어있음, 여유, 나른함.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삶을 금요일처럼 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