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견딘 후 드디어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이 왔다.
이제 힘든 건 끝이겠거니 했지만, 생각보다 14시간의 비행은 너무 힘들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준비해 가지 않았다. 계속 읽지 못했던 한국의 소설책 하나랑 오프라인으로 들을 음악 앨범 2개 정도만 받아왔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지내고 적응하며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비행 초반은 설렘과 드디어 비행기를 탔다는 안심과 함께 시간이 꽤 갔던 것 같다. 그래봤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냈을까. 중간중간 잠을 잤다.
그래도 도합 4시간 정도 지났던 것 같다. 잠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의자가 너무너무 불편했다.
생전 이렇게 비행기를 오래 타 본 적도 없을뿐더러 이렇게 좁고 불편할지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잠도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책도 읽히지가 않더라 의자가 불편했는지 계속 못 읽었던 이유가 있던 것인지 도저히 불가능했다.
타지로 간다는 불안한 마음도 한 몫해서 집중을 못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어쩔 때는 책을 보기도 하며 눈을 감고 음악만 듣기도 하며 기내에 있는 태블릿으로 영화도 보기도 했다. 물론 한글자막이 되지 않아 자막 없이 영어로만 봤다. 놀랍게도 그렇게 2편이나 봤다. 대단하네 다시 생각해도
종종 졸기도 하며 계속 시간을 확인하고 화장실도 가고 멍도 때리고 고통스러워하며 있었다. 그래도 지난 시간은 7-8시간 정도 앞으로 반이나 더 가야 하다니.
정말 다시 생각해도 고통스러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슬슬 잠이 왔고, 난기류가 있기도 하고 기내식도 계속 먹고 (맛은 없다) 어찌저찌 파리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의 기쁨은 정말 손에 꼽는 행복이었다. 곧 착륙을 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니 승객들은 모두 박수와 환호를 하더라 장거리 비행 시 이런 것인지 나도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 오르는 진심으로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