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으니 커피가 거의 바로 나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담배를 같이 피웠다.
3월의 파리는 많이 쌀쌀했다. 그래도 가벼운 경량패딩과 비니를 함께 쓰니 야외에서도 참을 만은 했다.
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니 그 순간이 참 좋고, 이전까지는 프랑스에 온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이제서야 실감이 났다.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무사히 도착했다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도 알렸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나는 현금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현지에서 수수료 없이 사용 가능한 트레블 체크카드만 들고 왔다. 파리는 웬만한 곳은 카드로 다 가능하지만 담배집이나 일부 카페에서 소액은 현금을 받기도 한다.
내가 커피를 마신 곳도 소액은 현금으로 받는 곳이었다. 나는 결제를 하러 카운터로 갔고 카드로 결제하겠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자 웨이터는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의미를 보냈고, 당황한 나는 안절부절못했는데 웨이터가 어쩔 수 없단 듯이 이번은 결제를 해주었다. 말의 느낌으로 보아 다음에는 안된다고 말한 것 같았다.
그래도 기분 좋게 가게를 나왔다. 웨이터는 너무 좋은 사람 같았고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주변 동네를 슬슬 걸어봤다. 고등학교가 크게 있었고, 곳곳에 크고 작은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역 주변에는 역시 가장 큰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동네는 너무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은 곳이었다. K가 이 동네를 마음에 들어 했는데 왜 그런지도 알 것 같았다.
1시간 정도 걷다 보니 너무 피곤했다. 정확히 어떻게 시차가 맞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몸이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곧장 집으로 갔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할 것이 없었고 너무나 심심했다.
이제 첫날인데 K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아마 낮잠을 잤을 것이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마트에서 장을 봤을 것이다.
K의 냉장고를 보니 밥을 제대로 해 먹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은 못 줘도 음식은 내가 해줘야겠다 했다.
파리에 흔히 있는 carrefour라는 마켓이 있다. 그곳에 가서 필요한 몇 개의 장을 봤다.
모든 것이 낯설고 그랬다 번역기로 돌려가며 힘겹게 장을 봤다. 장 하나 보는 것도 힘들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계산대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그렇게 떨리더라 이게 뭐라고. 애기가 된 기분이었다.
가방을 들고 나오지 못해서 짐을 담을 가방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그것은 얻었다. 무작정 Oui만 했던 결과인가 보다.
집에 도착해서 당근라페와 된장찌개를 같이 했다. 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는데 세어보니 벌써 2시간이나 했더라.
분명히 둘 다 간단한 요리들인데. 역시 주방이 어색하면 쉽지 않구나 했다.
가장 곤욕이었던 것은 당군라페를 체에 가는 것이었는데, K의 집에 있던 갈갈이는 영 불편하고 큰 그릇이 없어서 이리저리 튀고 난리도 아니었다. 가는 것만 1시간은 걸린 것 같다.
마무리를 하고 된장찌개를 슬슬 데우기만 하면 끝이었다. 그때 K가 집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