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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Aug 10. 2020

#1. 영원한 애증관계, 엄마와 딸.

이 세상에 안 싸워본 모녀가 있을까.

이 세상에 한 번도 안 싸워본 엄마와 딸이 있을까?

예전에 누군가에게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노쇠하여 죽음을 앞둔 엄마가 울며 찾아온 딸에게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화를 내니, 딸이 늦게 온 이유를 말하며 같이 화를 내었더라는 것이다.
죽기 전까지 싸우는 사이가 바로 엄마와 딸이라던 이야기.

엄마, 그리고 딸.
가장 가깝지만, 그만큼 가장 많이 싸우는 사이이기도 하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엄마와 많이도 싸웠다. 싸웠다기보다 내가 대든 쪽이 더 맞는 말이겠지만.

나의 엄마는 활달하고 정이 많은 여인이다.

낯가림이 심하고, 친한 친구들 몇 명하고만 지내는 조용했던 나와는 달랐다. 엄마는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하지도 않은 반 친구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나와 친하게 지내라며 맛있는 음식들을 잔칫날처럼 차려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어렸던 나는 그게 고맙기는커녕 너무도 싫고 부끄러웠다. 하철이나 버스에 자리가 나면 나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쇼핑할 때 이것저것 옷을 대주고 내가 원하지 않는 옷을 골라주는 것도 싫었다.
조용하고 예민한 나에 비해 엄마는 모르는 사람과도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금세 친해졌고,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했다.


엄마는 누구와도 트러블이 없었지만, 유독 나와 있을 때만 목소리가 커졌다.  어릴 땐 그게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는 왜 나랑 있을 때만 그래? 왜 남들한테 더 잘해줘?'


입이 댓발나와 투덜대는 딸내미를 볼 때마다 엄마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 후 아이도 낳고 나니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반 아이들을 초대해 아침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나보다 훨씬 가느다란 다리로 자리를 내어주고, 하나뿐인 딸내미 어디서 싫은 소리라도 들을까 예쁘고 깔끔한 새 옷을 골라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엄마뿐이다. 과연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가 나를 이렇게 아껴주고, 날 위해 희생할까. 남편? 친구? 자식?
엄마를 제외하곤 앞으로도 절대 없을 것이다.

예순을 넘긴 엄마를 보는 딸의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저리다. 젊은 시절의 탱탱했던 피부는 사라지고 탄력이 없어진 주름진 얼굴, 손으로 상을 짚어야만 일으킬 수 있는 몸, 갈수록 늘어나는 흰머리.

그러나 외모뿐만 아니라 정말 변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엄마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다. 항상 밝고 걱정 따윈 없는 줄로만 알았던 엄마는 알고 보니 눈물이 많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 어쩌다 가끔 상냥한 나의 태도에 소녀처럼 좋아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간과했던 건 엄마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엄마도 나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고, 외로웠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엄마를 이해했더라면.

학창 시절에는 목소리가 크고, 나가기만 하면 싸우게 되는 엄마와 다니는 것이 창피했고 싫었다. 얼른 독립을 하고 싶었고, 엄마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그토록 원하던 독립을 하게 된 나는 가까이 사는 엄마가 매일같이 그립다.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엄마의 잔소리가 지겨워 빨리 독립을 하고 싶다는 친구들의 말에 철없다고 면박을 주는 나도 엄마와 아직도 간혹 싸운다.

나를 처음 낳자마자, 이 고통을 나중에 나도 느낄까봐 그것이 슬퍼 울었다는 우리 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의 생일선물로 내가 사온 2천 원짜리 작은 조화를 보고 너무도 좋아했던 우리 엄마.  
말을 지겹게도 안 들었던 내게 매를 들고, 잠든 나의 다리에 약을 발라주며 숨죽여 눈물을 흘리던 우리 엄마.
지금도 내가 아프다고 하면 한달음에 달려오는 우리 엄마.
젊고 예뻤던 엄마와 둘만의 추억을 쌓지 못했던 것이, 조금 더 살가운 딸이 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엄마는 위대하다.
하지만 엄마도 아프고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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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서 엄마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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