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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 Sep 24. 2020

#13. 인스타그램을 탈퇴했다

고작 sns 하나 지웠을 뿐인데

아가씨 때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은 친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의 사진을 보내오는 게 불편했던 적이 있었다. 한두 번이야 귀엽다고 할 수 있지만 매일같이 비슷한 사진들이 오면 대꾸하기도 지치고 카톡이 울리자마자 '또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냥 혼자 보면 되지, 하루에 몇 번을 보내는 거야.

사실 사람들은 남들의 인생에 크게 관심이 없다. 매일같이 아이의 사진을 보내오는 친구를 보며 느꼈던 마음처럼 누군가는 내가 매일 올리는 사진들에 관심이 아닌, 피로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혹은 그에 대한 반응이 즐거워서 끊지 못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sns를 하게 된다.
물론 그저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나의 경우는 sns에 쉽게 중독되는 편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백해무익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던 내가 작년 가을, 아이를 출산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의 사진을 매일같이 카메라로 기록하고 sns에 올리는 것이 예상대로 나의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새로운 옷을 입은 날이나, 그동안 하지 않던 표정과 행동을 취했을 때, 혹은 그 어떤 것도 새롭지 않더라도 내 눈에 예쁘고 귀여울 때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댓글을 남긴 사람들과 대화하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내 모습에 의문점이 생겼다.

이게 누구를 위한 거지?

분명 아이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을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건데, 내 앞에 아이는 혼자 책을 넘기고 기어 다니고 심지어 나에게 놀아달라고 매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잠깐만, 엄마 이거 하나만 하고~'하며 휴대폰을 놓고 있지 못하는 내 모습이 점점 이상하게 느껴졌다.

가끔이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게 점점 습관이 되어버려 아이를 앞에 두고도 휴대폰을 보게 되는 것은 분명 문제 있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그날로 과감히 인스타그램을 탈퇴하고 지워버렸다.

sns를 지우고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불편한 점은 딱히 모르겠다. 오히려 해야 할 숨겨진 집안일들이 눈에 띄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내내 순간순간의 표정과 자칫 지나칠 수 있었던 찰나의 행동, 그리고 날 보며 웃어주며 반짝이는 아이의 눈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카메라 렌즈가 아닌 나의 눈으로 아이 자체에 집중하게 되니 내 아이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고, 어리지만 한 사람으로 아이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sns 대신 그날그날 찍은 아이의 사진과 그 밑에 짧은 코멘트를 적어 책으로 만든 후 그것을 훗날 아이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닌, 나의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고작 sns 하나 지웠을 뿐인데 이렇게 값지고 소중한 것을 얻게 될 줄은 몰랐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나와 아이만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이렇게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을 줄이야.
인생을 살아가며 그저 허무하고, 재미없고, 남들과 하게 되는 끊임없는 비교, 그리고 누군가의 시선과 평가에 지쳤다면 지금 바로 sns를 지워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행복한 당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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