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은 길을 잘 가야, 미국은 방어운전을 해야 운전을 잘한다고 한다
한국은 길도 좁고 주차공간도 협소하고 늘 차가 많이 막히기 때문에 다음 항목에 해당하는 운전자들더러 운전을 잘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1. 좁은 길을 요리조리 빨리빨리 간다.
2. 좁은 주차 공간에 차를 잘 집어넣고 뺀다.
3. 막히는 길을 막 차선 변경해가면서 최대한 빨리 운전해서 간다.
미국은 길이 널찍하고 주차공간 남아돌고요. 차도 웬만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크게 막히는 경우가 없다.
(아빠가 LA에서 운전하시고 나서 하시는 말씀: 서울에 비해서 운전자들이 너무 나이스 하다고. 운전하기 너무 편했다고 감탄했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을 잘한다는 개념이 한국과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이를테면
1. 신호를 잘 지킨다
2. 급정거 급출발을 안 한다
3.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서 상식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적당히 빨리 달린다 (맥시멈 + 9마일 정도?)
4. 안전하게 방어 운전한다
한국은 좁은 길이지만 빠르게 목적지까지 가는 것 (설사 난폭운전이 되더라도)을 더러 운전을 잘한다 하고, 미국은 안전하게 방어 운전을 하는 것을 잘한다 한다.
미국애들이 아시안들은 terrible drivers라고들 하는데 첨에 그걸 듣고는 읭?했다. 아시아 사람들만큼 좁고 힘든 길을 차 안 긁고 빨리 잘 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없는데 왜 운전을 못한다고 하지? 지네들은 우리나라 와서 골목길 운전도 못할 거면서. 다 긁을 텐데 뭔 자신감으로 우리더러 운전 못한다고 하는 거야?
미국 살면서 느낀 건데, 미국에서는 좁고 힘든 길이 애초에 없으므로 우리나라 도시에서처럼 장애물 드라이빙 같은걸 잘하냐 못하느냐가 운전을 잘하냐 못하느냐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내 생각임). 대신에 웬만한 교통은 차로 움직이기 때문에 차 사고도 많이 나고 특히 사고가 한번 나면 크게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안전하게 방어 운전하는 사람을 보고 운전을 잘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규정속도를 웬만큼 지키면서 정지선에 바로바로 서고, 노란불일 때 멈추고, 신호등 없어도 보행자가 보이면 멈추고, 추월은 되도록 왼쪽 차선에서만 하고, 등등 법규 잘 지키면서 운전 하는 사람을 보고 운전 잘 한다고 하더라. 그니까 서울에서 차 막힐 때 빨리 가려고 차선을 요리조리 바꾼다든가 경적을 울린다든가 하면 미국에서는 대체로 운전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에서 운전 정말 잘하는 분들이 미국에서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미국인에서 생각하는 운전을 잘하는 개념 때문인 것 같다. 이것만 잘 알면 운전면허는 한국사람들은 떨어질 수가 없다. 반대로 나는 미국에서 처음 운전을 시작했는데, 한국 가서 운전할 생각도 못한다. 이 널찍한 여기서도 주차하면서 옆차 긁는 마당인데, 한국에서 주차는 꿈도 못 꿀 것같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이건 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