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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마아빠 Aug 22. 2021

임신 6주 차 남편의 넋두리

임신 제6주

임신·출산 팟캐스트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검색 결과 1위로 떠오른 팟캐스트를 듣고 새로 알게   가지가 있다. 임신 6 차인 아내  속에 있는 세포 뭉치가 이제 사과씨만 해졌다는 사실. 그리고 이번 주부터 서서히 눈코입 모양새가 갖춰지고 팔다리가 나올 자리엔 봉긋한 봉오리가 올라올 거란다. 머지않아 심장도 분당 80번씩이나  거라고 한다. 갑자기 성인 심장박동수가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별반 차이가 없다. 심장박동만큼은 벌써 어엿한 사람 꼴을 갖춘 셈이다. 자랑스럽다,  아기!


임신 1분기(~12주)를 흔히 입덧지옥이라 부르는데, 이 입덧지옥을 피해 가는 산모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내 역시 입덧지옥에 입성하여 호되게 지옥살이를 치르는 중이다. 요즘 아내의 하루일과는 고통으로 시작하여 고통으로 끝난다. 배가 당기고 속이 메스꺼우니 식욕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영양공급을 위해 깨작깨작이라도 해야 하니 그 역시 고역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만히 누워있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등으로 눕자니 배가 불편하고, 그렇다고 좌우 번갈아 옆으로 눕자니 어깨와 등이 결려 힘들어한다. 이 때문에 잠도 편히 못 자 안색도 노리끼리해졌다. 정말 생명 하나를 만들기 위해 사람 한 명이 죽어 나간다. 옆에서 보는 게 그저 안쓰럽다.


나도 일하랴 집안일하랴 녹록지 않은 신세는 마찬가지지만, 차마 아내에게 신세 한탄을  수는 없다. 평소 같았으면 생색내고도 남았을 나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그러겠다. 이걸 12 견뎌야 한다니 남녀의 생물학적 역할분배는 불공하다는 생각이 든다. 12주도 운이 좋아야 12주지 임신 기간 40 내내 입덧이 계속되는 불행한 분들도 더러 계신단다. 부디  아내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굴뚝같다.


아내님이 견디는 육체적 고통에는 비할   되지만, 그렇다고 남편이라는 조연배우의 역할을 모르고 지나친다면, 그건 남편  자들에게  억울한 일일 것이다. '  속에 애가 자라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억울하냐'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먼저 아내의 입덧지옥의 시작과 함께 남편은 가장 친한 친구를 게 된. 각자의 세상사를 미주알고주알 나누던 친구는 하루아침에 말할 기력조차 없는 환자 신세가 된다.  상실감이 생각보다 크다. 또한 남편은 친구 곁에 머물며  고통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비통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남편도 사람인지라 느닷없이 찾아온 외로움이 낯설고, 친구가 사무치게 보고 싶지만, 차마 고통의 당사자에게 이를 표현할 수도 없는 처량한 처지가 된다.


둘째, 모든 집안일을 혼자 도맡아 하는  예삿일이 아니다. 퇴근  저녁 준비+설거지 콤보를 아내와 번갈아 하는 것과 매일 혼자 하는 것은 노동의 강도가 하늘과 땅 차이다. 다행히 코로나 덕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길에서 보낼 시간을 집안일에 투자하고 있다. 이로써 생활의 지속가능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있게 되었다. 입덧지옥을 헤매는 아내를 두고 매일같이 지옥철에 오르는 남편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그야말로 맞지옥살이이다. 남녀에 상관없이 임신 1분기 재택근무 의무화가 시급하다.


아내가 임신하면 그저 먹고 싶다는  재깍재깍 배달해 주는  남편 노릇의 시작이자 끝인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임신 중의 아내와는 비할  없겠지만, 남편의 고충도 상당하다는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아내의 입덧지옥 조기 퇴소를 간절히 기원하며 모든 예비 아빠들에게도 토닥토닥하는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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