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의 향기가 아침저녁으로 교차하는 요즘 같은 간절기엔 사람들의 옷차림이 정말 다양해진다.
가벼운 반팔 티셔츠부터 두꺼운 패딩까지 생각과 체질에 따라 사계절 패션쇼가 동시에 펼쳐진다.
직장에서도 에어컨 틀고 싶어 하는 사람과 창문 열고 싶은 사람, 히터 틀고 싶은 사람과 창문 닫고 싶은 사람들의 차이로 때때로 가벼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큰 다툼 없이 여유 있게 웃으면서 지나갈 수 있는 건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도 특별히 어렵지 않게 스스로의 욕구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적 준비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굳이 창문을 닫으라거나 에어컨을 꺼 달라고 온 몸을 내던지며 시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내복이라고 하는 보온성 탁월한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고 붙이는 핫팩 같은 것들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시원한 소재들로 만들어진 기능성 의류 덕분에 한데 모여 그들의 시원한 삶을 보장하라고 투쟁할 필요는 없다.
휴대용 냉각기나 난로들은 날이 갈수록 기능은 강력해지고 휴대성은 편리해지고 있어서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닫거나 에어컨과 히터를 켜고 끄는 일에 대해 집단적으로 논쟁하거나 싸우지 않아도 각자의 쾌적한 삶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 있다.
겨울에 얼음을 구하는 것도 여름에 뜨거운 찜질방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은 세상에서 그 정도의 다름은 다수의 인류 안에서 소수성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춥다고 느끼는 겨울을 더워하는 사람도 모두가 덥다고 하는 여름을 추워하는 사람도 다수와 많이 다르지만 장애라는 낙인을 찍지 않는 것은 충분한 환경적 보완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간절기 날씨를 다르게 느끼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복장들처럼 사람들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다르게 살아간다.
어떤 다름은 여름에 구할 수 있는 패딩처럼 드러나지조차 않고 배려받지만 또 다른 다름 들은 채우고 감싸려는 의지조차 없이 소수 약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에어컨이나 열선이 달린 휠체어를 아무 때라도 동네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면 걷지 못하는 이들의 다름도 그 색이 조금은 옅어질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을 언제라도 점자나 전자로 일반 서점에서 구할 수 있으면 시각장애는 꽤나 덜 불편한 다름이 될 수 있겠다.
조금의 노력들이 소수의 불편함을 덜어내는 쪽으로 모아진다면 어느 틈엔가 소수라 불리던 이들도 스스로의 권익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비 오는 날 우산으로 나의 몸을 젖지 않게 하는 정도의 수고로 보이지 않는 나도 특별하지 않은 지팡이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간절기의 옷차림처럼 사람들은 수많은 다름의 날씨를 살아가지만 대부분 채워지고 감싸 진다.
날짜가 흐르고 계절이 변하면 추움과 더움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옷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그렇게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 나아짐이 소수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함께할 수 있는 보편적 물결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