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책임

by 안승준

중고등학교는 요즘 시험기간이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감정상태를 보이는데 그것은 대체로 성적과 관련한 것이다.

"부모님께 혼날 것 같아요. 쉽게 내주시면 안 될까요?" "지난번보다 더 떨어지면 어떡하죠? 시험 범위 좀 줄여주세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걱정은 결정되지도 않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그것은 평소 공부의 양이나 열심의 정도와는 관계없이 대부분의 아이들에게서 대체로 비슷한 경향으로 나타난다.

군중심리인지 아니면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보이는 발달상태의 하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시험을 앞둔 오늘 그 녀석들도 그랬다.

오늘만큼은 최대한의 차분함을 섞어서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다.

"결과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슬퍼하는 것은 과정에 충실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란다. 평소의 노력은 하지 않고 시험 점수의 결과만을 불평하는 것은 시험을 마치 복권 긁는 것으로 생각하고 요행을 바라는 것이지.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점수가 나오지 않은 학생은 얼마든지 불평해도 좋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은 내가 더 열심히 도와줄 거야. 반대로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평소 맘껏 놀 수 있는 것은 시험 점수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사람만의 권리인 거지. 스스로의 생각이 성적보다는 즐겁고 건강한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얼마든지 놀아도 좋다. 그런 학생은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 쪽으로 내가 도와줄 것이다."

난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능력의 우열과는 별개로 모든 이의 성향이 그럴 수는 없다.

모든 과목을 잘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모든 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끌고 돕는 일이야 당연히 해야겠지만 인간의 근본적 성향을 몇 가지 잣대 안에 가두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각자가 택한 바에 대한 결과에는 분명한 책임이 동반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려주고 가르쳐야 한다.

여러 사람 들이 함께 일하는 직장이나 공동체를 살다 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끊임없이 타인을 배려하고 스스로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대한의 노력으로 본인의 일을 줄이고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도 있다.

능력을 인정받기 원하고 한 발작이라도 더 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리숙한 척하면서 한 발 뒤로 빼는 사람도 있다.

책임감 강하고 배려심 많기로 소문난 한 동료가 어느 날 내게 하소연 섞인 불평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내가 너무 바보같이 사는 건가? oo같이 요령 있게 하면 이렇게 피곤하고 힘들지는 않을 텐데 가끔씩은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난 그에게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oo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아시지요? 만약 당신이 그런 말들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면 oo처럼 살아보세요. 그렇지만 그럴 자신이 없으면 그냥 지금처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는 몇 초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금처럼 사는 게 좋겠다며 껄껄 웃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가치를 가지고 살아간다. 어느 쪽이 더 낫고 옳은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지만 각자가 택한 의미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치명적인 인간미나 명예를 좇는 사람들은 경제적 부족함에 대해서는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인 사람들은 인성에 대한 박한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도움받기를 즐기는 약자는 삶은 편할 수 있지만 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박할 것이고 독립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약자는 개인의 가치는 존중받겠지만 불편한 일상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난 모든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놓치게 되는 부분까지 바라는 것은 도둑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있으면 아이들은 채점된 답안지를 받아보게 될 것이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아 들고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노는 것 좋아하는 학생들이 높지 않은 점수를 받아 들고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며 성격 좋게 껄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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