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날이 있다는 건!

by 안승준

기다림은 사람이 존재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아주 어릴 적 산타클로스라는 기다림의 대상은 나라는 존재가 울지 않고 나쁜 짓 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삶의 잣대로서 작용했고 1년에 네 번 정도 치러진 교내 학력고사는 어머니가 약속하신 장난감 상품이라는 기다림의 대상 덕분에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연애하는 시간이 기쁨으로 느껴지는 것도 늘 기다려지는 존재가 있고 기다릴 시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놀이동산의 끝이 없는 줄들도 공중화장실의 기다림마저도 짜릿한 순간이라는 공통의 순간에 대한 기대는 참아내고 인내하고 존재하는 능력과 의미를 부여한다.

산타클로스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나 연인과의 헤어짐을 경험했을 때 느꼈던 허무함이나 슬픔들도 더 이상 기다릴 날이 없어졌다는 것에 대한 순간적 존재 의미 상실과 관련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이런 기다림의 날도 대상도 셀 수 없이 많았고 그러기에 가슴 뛰는 설렘의 시간도 많았다.

개학하자마자 방학 날을 세면서 학교를 즐겼고 설날이 지나자마자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성당을 다녔다.

재미있는 만화영화가 하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즐거웠고 막연히 어른이 되는 시간을 생각하며 입에는 달지 않은 음식들도 꼭꼭 씹어 먹었다.

기다려지는 것들이 많을수록 삶이 즐거웠고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을 때 좀 더 잘 살아보려고 했다.

어른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이라는 것을 가지면서 의도치 않게 반복적으로 채바퀴 도는 생활들을 하고는 한다.

교사라는 역할이 의미 없는 것도 아니고 나름의 최선으로 새로운 교육방법과 의미를 찾기도 하지만 익숙함과 편안함은 전과 같은 기다림의 감정을 무뎌지게 한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을 경험한다는 것도 앎이 자라고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더 이상 새롭게 기다릴 것들이 줄어간다는 느낌으로 와 닿을 때가 있다.

주말의 편안한 술자리나 월말의 월급을 기다리는 것도 내가 사는 작은 의미이긴 하지만 좀 더 큰 기다림의 대상을 찾고 싶었다.

의지적으로 그런 것들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취미로 악기를 배우고 밴드를 결성한 것이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무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관객들의 함성소리는 내게 있어서 연습의 고됨을 견디게 하는 짜릿한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나는 가사를 쓰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나의 생각들과 관념들은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공유된다.

장애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주제도 그 순간만큼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고 멜로디로 전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슈퍼스타가 된 것 같은 자아 도치를 맘껏 즐기기도 하고 가볍지 않은 뒤풀이 시간의 대화들은 또 다른 영감을 받고 새로운 창작을 하게 되는 동기가 된다.

올해는 처음으로 겨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노래로만 채워지는 두 시간의 시간은 '나의 이야기' 라는 공연 타이틀이 되었다.

각자의 이야기를 여러 가지 악기로 노래로 준비하느라 '플라마 밴드' 의 멤버들은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만나고 연습하고 토론한다.

노래 못하는 보컬인 나도 조금이라도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주일 평균 15시간 정도씩 운동을 한 것이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노래 한 곡 정도는 부르면서 발성을 가다듬고 좋아하는 술을 먹지 않는 것도 꽤나 오래되었다.

견디기 힘든 만큼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릴 때도 숨이 턱에 차도록 러닝머신을 달릴 때도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를 때도 하루만 쉬어야지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 있었던 것은 무대 위의 행복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아는 때문이었다.

이제 그 큰 기다림의 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완벽은 아니지만 최선으로 준비한 '플라마'는 우리의 기다림의 시간을 함께해 줄 따뜻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12월 28일 오후 6시! 합정역 라디오가가로 우리의 시간을 함께해 줄 제7의 멤버들을 초대한다.

밴드라는 취미로 또 다른 기다림을 찾고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또 다른 의미가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조금 더 즐겁게 살기 위해 의지적으로 기다릴 날들을 만들어야 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12월의 마지막 토요일 합정동으로 오기를 바란다.


**플라마 '나의 이야기'공연 안내

일시: 2019년 12월 28일 (토) 18:00

장소: 합정동 라디오 가가

입장료: 10,000원

입금계좌: 국민은행 426602-01-528017 (플라마 안승준)

문의: 010-3222-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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