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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Dec 09. 2023

기대가 없어야 실망도 없는 법!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서점 일을 시작하면 첫 일주일을 잘 넘겨야 한다.

 기대가 컸거나, 구체화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서점에 들어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서점을 떠났다.

 언제나 그렇듯,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그러나 기대를 없애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일했던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명 가까이 되는 퇴사자의 수는 비상식적이라 할 만하다. 하루 만에 그만두는 바람에 일면식조차 없는 직원이 있을 정도다. 우리는 우스개로 3차 고비까지 넘겨야 비로소 직원이 되는 거라고 말하곤 했다. 3차 고비의 단계는 아래와 같다.

1차 고비 : 첫날 (상상과 현실의 괴리를 빠르게 파악하고 도망치듯 나가는 경우)

2차 고비 : 첫 휴무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자 비로소 이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

3차 고비 : 첫 월급날 (일은 그럭저럭 할 만했으나, 이 돈 받고는 도저히 못해먹겠다는 결심이 선 경우)


 사실 그만두는 이유의 대부분은 돈이다. 기본 급여 자체가 워낙 낮기도 하지만, 노동 대비 급여를 대조해 보면 더더욱 낮게 체감되는 탓이 크다.

 이쯤에서 주인과 직원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서점의 일’에 대한 간결한 공식 하나를 도출해 볼 수 있겠다.

[서점의 일] = [돈이 목적이라면 할 수 없는 일]

 나는 서점에서의 첫 일주일 동안 이런저런 현실들을 파악하며, 이전에 내가 속했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러니까 기대가 전혀 없다고 자부했던 나조차도 서점에서의 첫 일주일은 고비가 되었다.


 어차피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좀 더 다양한 일을 해 볼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쯤, 집 근처 독립 서점에 구인 공고가 올라왔다. 주요 업무는 매장 관리 및 각종 프로그램 기획, 굿즈 제작 등이었으므로,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그나마 흡사한,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고를 본 즉시 포트폴리오까지 만들어 이력서를 넣었으나 아쉽게도 합격 연락은 오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로부터 약 두 달 뒤, 그 서점은 영업을 종료했다. 독립서점 중에서는 제법 이름을 알린 곳이었으므로 냉정한 현실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역시 서점은 답이 없는 건가 생각하며 일하고 있는 서점을 둘러보았다. 내가 일했던 서점은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과는 거리가 먼, 개성이라고는 없는, 특별하고 재치 있는 큐레이션을 허용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하고 오래된 동네 서점이었으나,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였다. 요즘은 예쁘고 특별한 서점보다 찾아보기 힘든 것이 장사가 잘 되는 서점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곳에서도 분명 배울 점이 있을 거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동안 얼렁뚱땅 3차 고비를 넘어섰고, 신기하게도 더 이상 퇴사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의외의 수확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의외의 수확이 궁금하다면?                                                         다음 회에 계속-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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