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 라이프의 시작
"이제 내 거를 해 보려고."
"뭘 할 건데?"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이토록 막연한 말을 내뱉으며, 나는 퇴사를 했다. 겁도 없이.
고용인으로 사는 건 별로 재미가 없었다. 주인이 되고 싶었다.
일의 주인, 일터의 주인, 내 삶의 주인. 그런데 뭘 해서 주인이 되지?
나를 찾기 위해 보낸 1년의 무직 생활 끝에, 가장 오랜 시간 질리지 않고 좋아했던 것은 책이 유일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서점을 차리는 쪽으로 생각이 모아졌다. 그때부터 서점과 관련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대부분이 입을 모아 강조했던 한 마디.
"큰 욕심은 없어요. 돈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니까요."
당황했다. 나는 돈을 벌어야 되는데? 나는 돈 많이 벌고 싶은데?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살 게 한 둘이 아닌데? 월급쟁이로는 영원히 못 살 것 같아서 사업을 하려던 건데?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고?
내가 읽었던 책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작은 서점 주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N잡러의 길을 걷고 있었다.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강연을 한다는 사람, 서점을 운영하다 보니 책을 쓰게 됐다는 사람, 책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카페를 겸업한다는 사람, 직접 출판사를 차린 사람 등등. 비장함까지 느껴지는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제각각의 역량에 따라 최선을 다해 서점을 운영해 나가고 있었다. 그곳에 나를 대입해 보았지만 도무지 각이 나오지 않았다. 멀티 태스킹이 안 되는 나는 하나에 올인해도 승부를 볼 수 있을까 말까인데, 이것저것 걸쳐 놓고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읽은 책 속의 서점들 대부분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머리는 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아이템으로는 완전 꽝이라고. 그러나 마음은 다른 말을 했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어떤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묘수가 드러날 거라고. 나는 흔들리는 희망의 미약한 끝을 잡고 일단 다음 스텝을 밟아 보기로 했다.
책에서는 답을 얻을 수 없었으니 다른 루트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게 서점 학교 수강 신청을 하고, 책방에서 운영하는 책방 클래스도 듣고, 일일 책방지기 체험도 다녀왔다.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점 학교에서는 서점 운영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들을 수 있었고, 책방 클래스에서는 정부 지원 사업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지만 그것도 크게 남는 것은 없다는 조언을 얻었으며, 일일 책방지기 체험에서는 하루종일 단 한 권도 팔리지 않는 책방에 덩그러니 앉아 있다 나 혼자 두 권을 구매해서 돌아왔다. 이쯤 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그 사람들은 책방을 왜 하는 거래?'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죄다 어딘가 고장이 난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서점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유일한 사람을 만났다. 츠타야 서점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런 말을 했다.
플랫폼이 넘쳐나는 서드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은 '제안'을 원한다. 서적이나 잡지는 그 한 권, 한 권이 그야말로 제안 덩어리다. 그것을 팔 수 없다면 판매하는 쪽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 문제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한 가지 해답을 얻게 되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_<지적자본론> 67p
역시 묘수는 있었다. 그런데 대체 책을 파는 서점에서 책이 아닌 '제안'을 어떻게 판단 말인가. 막연한 그림이 떠올랐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선명한 형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내가 시도해 보지 않은 마지막 루트를 시도할 때가 온 것이다. 일단 책부터 팔아 보자!
나는 그렇게 서점원이 되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