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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Sep 13. 2024

엄마야 누나야 걍생살자-

나를 지켜야 사업도 지킨다.

 걍생이란 단어를 얼마 전 처음 듣게 되었는데,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오늘부터 걍생이다!'


 두 달가량 (의도치 않았지만 아무튼 나의 선택에 의해) 갓생 체험을 하며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직접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갓생이란 것을 직접 경험해 보니 막연히 생각만 하던 것 이상으로 나랑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한때 유일한 낙이었던 독서 모임도 버겁게 느껴지고, 모든 의무감에서 해방될 날만 고대하게 되었다.


 나는 어딘가에 메이는 것에 압박감을 유독 심하게 느끼는 편인데, 두 달간의 갓생 체험 끝에 그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공유해 본다.

 첫째, 나는 긴밀한 연대에 대한 결핍이 전혀 없다. 모든 인간에게 적당한 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연결감은 되도록 느슨하길 바라며, 모든 선택과 책임의 주도권이 오직 나에게 있길 바란다.

 둘째,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만은 온전히 나 스스로 통제하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통제욕이 강한 성향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어떤 통제도 허용하지 않는 남편과 10년을 살다 보니 타인에 대한 통제 욕구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다만 반대급부로 스스로에 대한 통제욕이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 나는 어린 시절에도 누가 뭔가를 시키는 순간 그게 무엇이든 일단 하기 싫어지는 습성이 있었는데, 타인을 통제하는 데 있어 전의를 상실하고 나니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셋째, 강한 책임감은 때론 올가미가 된다. 어떤 의무감이 주어지면 나는 앞서 말했듯 자동적으로 방어기제가 발동하는데, 언제나 책임감이 방어기제를 누른다. 방어 본능을 누르며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활동도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려다 지레 지치는 타입.


 그러니까 결론! 나는 나의 속도에 맞춰 에너지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잘 맞는 사람이고, 나의 상태와 속도를 측정하는 일은 오직 홀로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제도나 규율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는 것은 오히려 나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꼴이 된다.


 나를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나를 더 잘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탐구해 본 결과 갓생보다 걍생이 나를 더 이롭게 한다는 결말을 얻게 되었다. 자영업자는 사업체와 나 자신이 한 몸처럼 달라붙어 운명 공동체가 되어야만 하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나를 지켜야 사업도 지킬 수 있다. 두 달의 갓생 체험으로 나는 좀 더 효과적으로 나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두 달이 나를 무척이나 지치게 한 것은 사실이나 역시 불필요한 경험은 없는 걸로요? :)

걍 살아버려~~ (간식 하나로 행복 만땅 충전되는 아랫집 누렁이처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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