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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24. 2022

개학날 풍경

며칠 전에 "으아! 벌써 방학이 끝나다니 안 돼! 난 집에 더 있고 싶단 말이야."라며 절규하던 작은 아이(초 1)가 어제는 잔뜩 들떴다.

"친구들이랑 선생님 만날 생각에 떨리고 설레. 빨리 내일이 됐으면 좋겠어. 아우. 나 학교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지?"

방학 숙제였던 일기장과 독서록을 챙기고 필통도 바꿔서 가방에 넣고 실내화 주머니도 책가방 옆에 잘 챙긴다.


오늘은 아이들의 개학날이다.

큰 아이(초 4)는 자신의 핸드폰 알람에 맞춰 7시에 일어났다. (지하철 마니아 큰 아이는 전화벨 소리나 알람을 지하철 환승음으로 해놔서 핸드폰이 울리면 진짜 깜짝 놀라게 된다.) 좀 더 자도 되는데 동생까지 깨운다.

"규야, 일어나. 학교 가야지."

평소 같으면 졸리다고 징징대며 못 일어났을 작은 아이도 벌떡 일어난다.

'으헝. 얘들아, 더 자도 되는데 왜 이리 일찍?'

벌떡 일어나지 못하는 건 오히려 엄마인 나다. 나는 7시 50분에 알람을 맞춰 놨는데 50분이나 일찍 일어나야 하다니! 눈을 반쯤 감은 채 계란 프라이를 한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간장 계란밥. 밥에 버터와 계란 프라이, 간장을 넣고 슥슥 비벼 준다.


작은 아이는 그 사이 세수도 끝마치고 옷까지 싹 갈아입었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빨리 행동하는 모습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너 좀 낯설다?


"아우, 엄마. 나 학교 처음 가는 것처럼 너무 떨려."

"그래. 한 달간 쉬고 오랜만에 가려면 떨릴 수 있지. 근데 막상 가면 익숙할 거야. 교실은 어딘지 기억나지?"

"교문까지는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교실이 잘 기억 안 나네."

"가보면 기억이 다 날 거야. 걱정 마."


큰 아이는 방학 동안 우리 아파트로 이사 온 친구가 혹시 학교 가는 길을 모를까 봐 친구에게 전화해 보겠다고 한다.

"그래. 같이 가면 좋지."

"엄마, 친구가 전화를 안 받아요."

아이 친구의 엄마가 마침 나와 친한 엄마라 카톡을 보내봤더니 그 아이는 이미 8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8시 50분까지 등교인데 부지런하기도 하여라!) 그 소식에 우리 아이도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작은 아이를 데려다주려고 하니 작은 아이가 이제 2학기가 됐으니 혼자 등교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나야 좋지!'라는 속마음을 숨기고 담담하게 "그럴래? 혼자 갈 수 있지?"라고 말하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이 잘 쉰 덕에 아이들은 기꺼이, 즐겁게 개학을 맞이하였다. 모처럼 활기찬 집안 풍경에 기분 좋은 수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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