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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Sep 15. 2022

풋 유어 핸즈 업

걷다가 어깨가 아파서 두 손을 높이 들었다 팔꿈치를 굽혔다가 하며 걸었다. 

가볍게 하나 둘 하나 둘. 

횡단보도에 다다라 팔 운동을 멈췄다. 

이편이든 건너편이든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건 아니다.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조심한 것도 아니다. 

그냥 중단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녹색불이 켜지고 길을 건너는데, 맞은편 할아버지가 두 손을 높이 쳐든다. 

팔 운동을 하는 것인가, 만세를 하는 것인가 알 수 없다. 

어쨌든 가슴을 쫙 펴고 두 손을 높이 쳐든 채로 길을 건넌다. 

길을 다 건너면 손을 내리는지 궁금했지만 계속 쳐다볼 수는 없었다. 

나와 그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으니. 


이상한 할아버지네,라고 생각하다가 조금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와 그분의 포즈가 다를 바 무엇이겠는가? 

저 할아버지도 어깨가 아프든지, 하늘의 정기를 받아야 한다든지 사정이 있겠지, 뭐. 

아아, 어깨가 아파서 두 손을 올리고 싶지만 방금 본 할아버지 모습과 오버랩되어 참는다. 

강렬하게 손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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