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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Nov 21. 2022

반평생을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습니다' 체로 씁니다.



"우리 결혼한 지 얼마나 됐지?"

"2009년에 결혼했으니 13년 됐네."

"그거밖에 안 됐어?"


오늘은 저와 남편의 결혼기념일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3년 결혼 생활에 '그거밖에' 안 됐냐고 물은 이유는 남편과 제가 연애한 기간까지 합하면 더욱 길기 때문입니다. 무려 19년! (사실 21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중간에 2년은 공백이 있어서 19년으로 칩니다.) 40대 초반 나이에 약 20년을 함께 했으니 반평생을 함께 한 배우자라고 볼 수 있네요.



저보다 열 살 많은 회사 선배가 예전에 그랬습니다.

"내가 곧 마흔인데 스무 살부터 지금 남편이랑 연애해서 반평생을 함께 했다."   

그때 저는 결혼 전이라 그 말이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좀 무섭기도 했고요. 20대 후반에 결혼하면서 제 기준으로는 너무 빨리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결혼을 먼저 한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한결같이 이러더군요.

"사람 바꿀 거 아니면 그냥 해라."



제가 결혼에 대해 하도 미리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지 결혼 생활은 생각보다 무시무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매일 부부싸움으로 점철된 삶도 아니었고요. 물론 자질구레한 것으로 싸울 때도 많았죠. 가끔 남편이 꼴 보기 싫을 때도 있습니다. 같이 밥 먹는 자리에서 핸드폰만 보는 모습을 보면 핸드폰 중독자인가 싶어요. 처음엔 뭐라 했는데 이젠 저도 질세라 같이 봅니다. 핸드폰 보기 전쟁인 것 같아요. 혼밥이 따로 없습니다.



갑자기 깨알 흉을 봤지만 결혼하고 좋은 점은 든든한 내 편이 생긴다는 것 같아요. 믿는 구석이 하나 생긴 거죠. 특히 저희 남편은 제가 무엇을 하든 지지해 주고 믿어 줍니다. 뭘 하든 다 좋은 시도고 잘한 결정이라고 말해 주곤 해요. 말뿐 아니라 신뢰가 강하게 느껴진달까요.



저희는 연애를 오래 했기 때문에 추억도 많습니다. 옛날 얘기를 낄낄대며 하다가 연애를 오래 하지 않고 결혼한 부부는 어떤 얘기를 할까 궁금해집니다. 또한 미숙했던 시절부터 함께 성장해 왔으므로, 자기 덕분에 상대가 발전한 거라며 생색을 냅니다. "나 덕분에 네가 이렇게 심적으로 안정된 거다."부터 "옛날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까지 상대의 성장을 자기 공으로 돌립니다.


오늘은 남편과 오랜만에 명동에 갔습니다. "여기 기억나? 옛날에 여기 뭐가 있었는데."라는 얘길 하면서 옛날 데이트하던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고 결의를 다졌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지만요.



결혼기념일을 자축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내 생의 반을 함께 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요.

지금까지 걸어온 모습처럼,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둘째가 사 온 결혼기념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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