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필요 없는 자동화 세상?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기

by JOO

드디어 출국 날이다. 공항에 가는 방법으로는 공항 리무진, 자차, 택시 등이 있다. 공항 리무진을 타는 것이 가장 저렴하지만, 추운 날씨에 많은 짐을 끌고 아이들을 데리고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게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자차를 이용하면 편하긴 해도 공항 주차 요금이 많이 나올 것이다. 겨울에 실외에 오래 차를 세워두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우리는 인천공항까지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카카오 T로 미리 예약해둔 카니발 택시는 예약 시간보다 20분 먼저 우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보니 역시 큰 차로 예약하길 잘했다. 짐을 최소한으로 싼다고 쌌는데도 한 달이라는 기간을 보내려니 어쩔 수 없다. 기사 옆에 남편이 타고 나와 아이들은 뒷자리에 탔다. 나와 아이들은 택시로 이동하는 동안 한강을 건너는 전철을 보고, 끝말잇기와 초성 퀴즈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등록한 카드로 자동결제 되었다. 남편은 오는 동안 기사님이 말을 걸지 않은 게 좋았다고 한다. 카카오 T 벤티 기사들은 승객한테 말을 걸지 말라는 교육을 받은 거라 조심스레 추측했다. 하긴 택시 기사 중에 유독 말이 많은 분을 만나면 그 말에 응답하느라 승객의 피로도가 상당하니, 말이 없는 기사님은 서비스 강점이 되리라.



인천공항은 1 터미널과 2 터미널이 있다. 1 터미널은 요즘 출국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복잡하다고 하던데 2 터미널은 한산했다. 나는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비행기 자리를 미리 지정했고, 출발 전날 모바일 체크인을 했기 때문에 직원이 있는 카운터에 가지 않았다. 짐은 셀프 백드랍(자율 수하물 위탁)을 이용하였다. 여권과 탑승권(나의 경우는 모바일 체크인을 했으므로 핸드폰 QR코드)을 기계에 대면 목적지에 맞는 태그가 나온다. 그럼 그 태그를 짐에 붙이고 컨베이어 벨트에 태워 보내면 끝이다. 3년 전에는 없던 서비스다. 셀프 백드랍을 위해 설치된 새로운 설비가 신기했다. 또 한편으로는 체크인부터 수하물 위탁까지 직원을 만나지 않고 간편하게 끝나는 과정을 보니 인간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온 건가 싶었다. (아, 물론 직원의 역할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셀프 백드랍 지역에 입장하기 전에 직원이 여권과 승객 본인, 탑승권을 확인했고, 낯선 기계를 통해 짐을 위탁하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셀프 백드랍



환전과 로밍을 하고 출국장에 들어갔다. 우리는 아이 동반이라 법무부 직원이 심사하는 줄에 섰다. 아이를 동반하지 않은 성인은 기계에서 자동 출국 심사가 가능하다. 아이와 함께 가지 않았다면 탑승 수속부터 출국 수속까지 사람을 거치지 않은 최첨단 자동화 프리 패스(?)를 경험할 수 있었겠다. 편리한 건지, 삭막한 건지.


남편과 나는 라운지 입장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서 라운지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따로 요금을 지불했다. 예전에는 이 라운지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시간을 때웠다. 이곳에도 재미있는 게 생겼다. 바로 접시 수거 로봇이다. 다 먹은 접시를 로봇에 넣어 주면 된다. 둘째 아이는 로봇을 이용하고 싶어 우리 가족의 접시 정리 담당이 되었다. 음식을 다 먹었다 싶으면 아이가 부리나케 접시를 들고 가 로봇 수거함에 넣었다. 뷔페에 가면 두리번거리며 직원에게 접시를 치워 달라고 말하는 게 번거로웠는데, 접시 수거 로봇이 있으니 편리했다.


접시 수거 로봇


라운지에서 게이트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다. 걷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에어포터’라는 로봇이었다. 사실 인천공항에는 인기 스타 로봇이 있다. 바로 '에어스타'다. 에어스타는 공항을 안내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는 로봇이다. 그런데 못 본 사이 에어포터라는 녀석이 새로 생겼다. 에어포터는 노약자나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짐을 게이트까지 갖고 가주는 로봇이다. 탑승권 QR 코드를 찍었더니 짐을 올려놓으라는 메시지가 뜬다. 아이들의 캐리어 두 개를 에어포터에 실었다. 에어포터는 편안한 음악 소리를 내며 전진한다.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기가 막히게 방향을 튼다. 문제는 속도가 느리다. 느려도 너무 느리다. 처음에는 에어포터를 졸졸 따라가다가 나와 아이들은 먼저 앞으로 갔다. 에어포터가 게이트에 도착하자, 남편은 에어포터에서 짐을 내렸다. 에어포터는 느리지만 충실하게 자기 임무를 수행하고 다른 손님을 찾아 유유히 길을 떠났다.

에어스타(좌), 에어포터(중/우)


나는 ‘무인’이나 ‘자동화’란 용어에 반감이 있었다. ‘그게 되겠어?’라는 불신이었다고나 할까. 키오스크, 무인 열차, 자율 주행이 현실화된 세상이지만, 기계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비대면 자동화 서비스를 겪고 나니 굉장히 편했고, 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최후의 보루이다시피 한 나마저 이렇게 무너지니, 사람이 불필요한 세상이 도래할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르겠다.



* 미래 공항은 이런 모습일 거라는데 과연? 일부는 실현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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