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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15. 2021

인싸가 되고 싶어

한창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사이에서 '어몽어스(Among Us)'라는 게임이 유행할 때 우리 아이들이 '어몽어스'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사 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비록 1주일에 한 번밖에 '어몽어스'를 하지 못 했지만 학교 미술 시간에도, 미술학원에서도, 집에서 놀 때조차 '어몽어스' 캐릭터를 그릴 정도로 '어몽어스'에 푹 빠져 있었다. 

내 나름대로 큰 맘을 먹고 '어몽어스' 상하의 세트를 주문하였다. 아이들은 오매불망 '어몽어스' 옷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마침내 옷이 도착하자 아이들이 말했다. 


"이 옷을 입고 가면 인싸가 될 수 있겠지?" 


아, 이 옷을 그토록 기다렸던 목적이 인싸가 되고 싶어서였어? 

'인싸'란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어떤 모임에서 잘 어울리고 인기가 많은 사람을 뜻한다. 


어쨌든 드디어 '어몽어스' 상하의 세트를 입고 인싸가 될 날이 다가왔다. 

유치원에 다녀온 작은 아이에게 인싸가 됐느냐고 먼저 물어봤다. 

"아니. 나보다 도원이가 며칠 전에 나보다 먼저 어몽어스 티셔츠를 입고 와서 나는 인싸가 못 됐어." 

그 다음 학교에 다녀온 큰 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큰 아이 역시 실망한 말투로 

"아니. 애들이 어몽어스 잘 모르더라? 아는 애들도 있지만 모르는 애들이 더 많아서 인싸가 못 됐어."

라고 대답하였다. 첫 번째 인싸 되기 프로젝트는 실패였다.




어느 더운 여름날, 아이들이 '목에착 선풍기'를 사 달라고 했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티비 광고가 문제였다. 

"목에 걸기만 하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머리카락이 엉키지도 않고......" 


온갖 좋은 말과 몹시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모델이 나오는 광고를 몇 번 본 아이들은 선풍기, 선풍기 노래를 해댔다. 나는 광고에 쉽게 현혹되거나 귀가 얇은 사람은 아니지만, 더위 많이 타는 아이들이 학원을 왔다갔다 할 때 좋은 아이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목에착 선풍기'를 주문하였다. 


'목에착 선풍기'를 받고 나서 큰 아이가 말했다. 

"이거 목에 걸고 영어 학원 가면 인싸 되겠는데?" 


신나게 학원을 갔다 온 큰 아이에게 인싸가 됐는지 물어봤다. 

"아니. 수업 시간에 켜놨더니 선생님이 수업에 방해된다고 끄라고 해서 껐어." 


보아하니 큰 아이는 또 인싸가 되진 못 한 모양이었다.




얼마 전 가을 장마로 매일같이 비가 오던 시기에 아이들에게 우산을 하나씩 사주었다. 어두컴컴 칙칙한 날씨에 아이들이 까만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도 맘에 걸렸거니와, 작은 아이에게는 어른 우산이 컸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는 '피카츄' 캐릭터 우산을 골랐고 큰 아이는 '흔한 남매' 그림이 그려져 있는 우산을 골랐다. 둘 다 요즘 최고로 유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캐릭터이기 때문에 두 아이는 우산을 받고 매우 신이 났다. 


분명 매일 비가 내렸었는데 하필 우산을 받고 나니 며칠 간은 비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후 비가 내리자 큰 아이가 말했다. 

"오늘 흔한 남매 우산을 들고 가면 분명 인싸가 될 거야!" 


'흔한 남매' 우산을 들고 학원에 다녀온 아이는 과연 인싸가 됐을까? 안타깝게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긴 인싸라는 게 신박한 아이템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 게다가 각자 취향도 있을 테니 내가 좋아하는 물건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게 당연한 거고.




세 번의 인싸 되기 프로젝트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큰 아이는 더 이상 인싸 되기에 관심이 없어진 듯하다. 

 

인싸면 어떻고 아싸면 어때? 

타인의 눈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지. 

너희들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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