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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Jul 17. 2024

나는 상담사입니다.

조금은 얼렁뚱땅 사자 직업

일단 해보려고요



긴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상담을 다 받고 난 후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정상과 이상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은 정상적인 상태로 전보다 명확해진 머릿속에는 상담을 받으며 얻은 긍정적 결과물 덕분인지 나도 그런 멋진 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과 상담을 통하여 마음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으면서 세상을 조금 더 잘 살게 하고 싶어졌다. 감히 모든 삶을 이해할 수 없으나 그들의 삶이 다 존재 가치가 있고, 수고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고생했다며 안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부족하지만 상담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에 한 발 내디뎠다.




처음에는 상담을 무조건 하면 되는지 알았지만 요구되는 자격사항이 있어서 학부 공부를 시작했다.


원래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공부를 하려는 마음을 먹기 시작하자 어릴 때는 재미없던 공부가 재밌어지기 시작했고, 공부를 하면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일어나는 것 마냥 진저리 치게 싫던 공부지만 이게 나를 죽이기보다 나를 더 살게 만들어 주는 재미로 느껴지자 심리와 상담학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상담이나 치료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공부를 할수록 좀 더 필드로 나가서 직접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서 실습을 하기 시작했고, 밑바탕 없이 공부를 하다 보니 아는 지인도 없으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전무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눈치껏 잘 견뎌왔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렸을 때 무자비하게 맺던 관계에서 얻어진 사회성과 사람 보는 능력은 상담에서 기지를 발휘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과거가 상처 거나 불필요한 오점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니 나는 쓸모가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첫만남


그 평가는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점차 나 자신만의 기준이 되어갔고, 어느 순간 누군가와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좋은 삶을 살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자 자신감이 생겼고,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자만하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경험하면서 깨닫기도 하고, 그런 경험이 나 혼자만이 아닌 나를 찾아온 내담자 혹은 상담이나 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분들과 함께 할 때는 나의 무능력함과 한계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좌절이 혼자였다면 더 큰 좌절로 다시 상담을 받기 이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갔겠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담자나 이용자 분들도 나를 보며 함께 힘을 내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희망의 끈이 보이기 시작하자 직업에 대한 뿌듯함과 행복감이 많이 밀려왔던 것 같다.




큰 일은 아니어도 그들을 지지해 주고 믿어주며 변치 않는 마음을 보이자 그들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며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늘 고마웠다.


삶을 회복한 상태로 상담이나 치료를 종결하면 웃으며 작별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아직 어색하고 나 조차도 종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담사가 되었을 때는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한 해, 두 해가 지나다 보니 그 인사가 "나 이제 괜찮아."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하자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들의 변화는 사실 나의 노력이기보다는 그들 자신의 노력이었다. 괜찮아진 삶도 나의 노력이기보다는 그들의 노력이었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나 자신의 관점이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상담이며, 이런 깨달음을 알고 변화하고자 노력한 사람만이 깨달음을 얻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내가 상담사라는 직업을 택했을 때는 상담사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직업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상담을 통하여 변화하고 새롭게 자신의 가치를 느끼며 멋지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서 상담이 주는 효과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상담은 상담실에 찾아와서 문을 두드린 사람의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이 깨닫게 되었다.


상담실 문 앞, 귀여운 감사인사

나만 잘 사는 게 아니고, 함께 잘 살기 위하여 애써주며 참아준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상담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한다.


사람과 가까워지고 멀어져도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지지를 받으며 조금씩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치유가 삶을 살고자 하는 원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조금은 순수하고 막연한 나의 꿈은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나를 믿어주고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이야기를 나누어주며 변화하고자 하는 용기를 내디딘 고마운 내담자 혹은 이용자분들 덕분에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상담을 받고, 상담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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