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도 막지 못한 달리기와 열 살 생일 파티

특별한 날, 특별하게 바라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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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터 둘째 아이가 기침을 조금씩 하더니 일요일 오후가 되자 몸이 뜨끈해졌다. 며칠 전 친구와 비 맞고 놀아 감기에 걸렸나 싶었다.

월요일 새벽 두 시, 덥다며 깬 아이의 이마를 짚어보니 뜨거웠다. 체온계는 39도를 훌쩍 넘겼다. 해열제 먹이고 겨우 다시 재웠지만 아침이 되자 또 열이 올랐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한다며 서럽게 울었다.


그날은 가을 운동회 계주 반 대표를 뽑는 날이었다. 반에서 자기가 가장 빠르다며 기대하고 있었다. 잘 뛰어야 한다며 주말에도 몸을 사렸는데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었다.


선생님께 전화해 상황을 전했다. 선생님도 지니가 유력한 후보라 아쉽다며 달리기 할 때만 잠깐 보내라 하셨다. 급히 준비해 등교 시간에 맞춰 보냈고, 아이는 1교시 체육만 참여한 뒤 바로 하교했다.



결과는 압도적인 1등이었다고 한다. 혹시 뽑히지 못하면 실망할까 봐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했는데 다행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곧장 병원으로 갔다. 열이 났다 하니 독감 검사를 권했다. 웬걸, A형 독감이었다. 치료제 맞으며 누워 있는데 수액 방으로 독감 환자 네 명이 더 들어왔다.




다음 날은 첫째의 열 살 생일이었다. 올해 들어 친구들 생일 파티에 종종 초대받기 시작한 첫째는 본인 생일도 친구들을 불러 함께 하고 싶어 했다.

나는 부담스러워 망설였지만 결국 외면할 수가 없었다. 생일 당일에 학교 끝난 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간식 먹고 놀기로 했다.


둘째 아이에게 매달려 있으면서도 손과 마음이 분주했다. 과자를 주문하고 과일과 파티용품을 사 왔다. 간단히 데코하고 상을 차렸다. 처음 해보는 집 파티라 어색하고 신경이 쓰였지만 행복하게 웃는 아이 얼굴을 보니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아이들은 몇 달 전부터 자기 생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막상 당일이 되면 그 기대만큼 하루가 채워지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생일이 평일인 경우엔 더 그렇다. 학교 다녀오고 학원 가는 일상이 그대로 이어지다 보니 여행이나 이벤트가 없는 한 그냥 또 다른 하루처럼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첫째 생일 전날에는 동생이 독감에 걸려 병원에 다녀오느라 첫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자기 생일을 앞두고 이런 일이 생기냐며 무척 속상해했다.

심지어 생일 당일 새벽에는 둘째가 자다가 코피가 나서 깨는 일도 있었다. 조용히 처리하고 있는데 침대방 문이 열리더니 첫째가 거실로 나왔다. 상황을 설명해 주자 자기 생일인데 왜 이러냐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 동생 옆에 붙어 있는 것도 싫다면서 생일을 인정할 수 없겠다고 했다. 이해가 되면서도 마음은 무거웠다.


첫째도 작년 겨울 독감에 걸린 적이 있었다. 마침 둘째 유치원 방학이 시작된 날이었는데, 둘이서만 다녀오려던 일정들을 모두 취소해야 했다. 방학 내내 집에서만 지내며 동생은 많이 아쉬워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속상한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더 약한 사람에게 맞춰주는 게 필요하다는 걸 조심스레 이야기해 주었다.


멀리서 보면 보이는 것들이 눈앞에 있을 땐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이라서 더 그렇겠지. 하루가 지나기 전 첫째는 다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생일인데 다른 날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면서.




모든 상황이 완벽해야 특별한 게 아니라 주어진 순간을 감사히 바라볼 수 있기에 특별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생일은 하루로 끝나지만 그 하루를 기다리며 나눈 대화와 웃음, 서운함 속에 담긴 마음까지 모두 아이의 성장 속에 남을 거라 믿는다. 생일의 기쁨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 아니라 특별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임을 다시금 느낀다.


정신없이 지나간 이틀이었다.

아무튼 엄마는 참 극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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