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우울 증상이 보인다고 하네요

학교를 거부하던 아이와 시작된 낯선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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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나는 도망가지 않을 거야


첫째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밤마다 "내일 학교에 가기 싫다"라는 말을 반복했고 배가 아프다고도 했다.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어하며 뭘 먹고 가면 학교에서 또 배가 아플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달걀프라이를 직접 만들고 빵 한 조각이나 머핀, 과일을 맛있게 먹고 씩씩하게 나가던 아이였다. 아침 먹자마자 옷 갈아입고, 친구 나오는 시간에 맞춰 뒤도 안 돌아보고 집을 나서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옷 입기 위해 움직이는 것조차 고역이 됐다. 출발해야 할 시간이 다 되어서야 울상으로 옷을 꺼내 입고 혼잣말로 "가기 싫다"를 끊임없이 말했다.


매일 늦게 준비한다고 타박받던 둘째는 오히려 빨리 나가서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울상일 정도였다. 아침마다 하나는 늦는다고 울고 하나는 가기 싫다고 우니, 내 눈에서도 눈물이 나왔다. 처음엔 참고 달래 봤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니 나도 지치고 화가 났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마침 남편이 휴직 중이라 한 명씩 맡기로 했다. 남편은 둘째를 데리고 먼저 나섰고 나는 첫째를 맡아 어떻게든 학교에 보냈다. 첫째는 1교시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교실에 들어가곤 했다.




밤마다 나는 아이와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두고 토론했다. 지쳐 잠든 날엔 그 토론이 교문 앞에서 이어졌다. 사람에게 밥을 먹는 것이 기본이듯 학생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우는 게 기본이라는, 여기저기서 들은 말들을 종합해 논쟁 아닌 논쟁을 벌였다. 결국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교실로 올라갔다.


학교에서 걸려오는 선생님의 전화도 잦아졌다. 처음에는 선생님도 아이가 정말 배가 아픈 줄 아셨다고 했다. 배가 아프다고 하는 일이 반복되자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활동적인 수업할 때는 괜찮아하니 수업 방식에 변화를 줘보겠다며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씀하셨다. 활발하고 성격이 좋은 아이였으니 관심을 가지고 살펴주면 예전처럼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해 주셨다.


열흘 정도 뒤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선생님은 "아이 때문에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라며 어려움을 전하셨다. 활동적인 수업을 많이 넣었더니 반 분위기가 안 좋아져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분위기를 잡자니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나 눈치를 살피게 된다고도 했다. 학교 상담실에 보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혹시 아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까 싶어 차마 권하지 못하셨다고 했다.

외향적이고 활발했던 아이였기에 이런 피드백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전화를 받으며 나도 연신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아이에게 힘들면 학교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다행히 아이는 거부감이 없었다. 선생님께 메모를 적어 아이 편에 보냈다. 상담 선생님과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게 해 주시고, 필요하면 외부 청소년 상담센터 같은 지원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은 학교 상담실도 예약이 많이 차 있어서 다음 주 월요일 5교시에 잡혔다고 알려주셨다. 아이는 좋을 때도 있었지만 괜찮다 싶으면 또 한 번씩 힘들어했다. 예전엔 아이들이 다 나가는 월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제는 주말이 더 기다려졌다. 아침마다 전쟁하지 않아도 되고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아이는 학교 상담 선생님과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오후에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다.


"아이한테 우울 증상이 좀 보인다고 하네요."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전해진 결과는 불안하게 흔들리던 내 마음에 큰 돌을 던진 것 같았다.

......



*다음 주는 한 주 휴재하겠습니다. 가족들과 행복한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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