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희망과 불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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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호텔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선착순 전화 예약이라니.


정신건강의학과 예약이 이렇게 어렵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동네에 이렇게나 많은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문득 친구 이야기가 떠올랐다.

2년 전, 친구는 둘째 아이 때문에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가 유치원 가기 전에 울다가 토까지 할 정도로 떼를 쓰며 힘들어했는데, 그 일이 반년이 넘게 이어졌다고 했다. 막상 유치원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잘 지냈지만 들어가기 까지가 너무 힘들었다고. 그런데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바로 다음날부터 아이가 멀쩡해졌다는 것이다.


친구는 아마 엄마의 진지한 모습에 아이가 놀라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한 달째 이 상황을 버티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때 얼마나 지쳐 있었을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친구 남편이 의사인데, 학교 동기가 원장으로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우리 집에서 지하철로 40분 거리. 멀지만 일단 전화를 걸었다. 가장 빠른 예약 날짜는 3주 뒤, 9월 말이었다.


너무 늦고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학교 상담 선생님께 다시 연락드렸더니, 교육청을 통한 상담이나 검사도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며칠 후 주말, 할머니 생신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피자도 치킨도 잘 먹었고 내내 웃는 얼굴이었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려고 하자 또 배가 아프다고 했다. 늘 자려할 때면 배가 아프다 하던 터라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평소와 좀 달랐다.


배를 움켜잡고 울고 토하면 어떡하냐며 겁에 질린 얼굴로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급기야 스스로 옷을 꺼내 입으며 응급실에 데려가 달라고 했다.


결국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두 시간 넘게 엑스레이, 피검사, 소변검사까지 모두 받았지만 결과는 ‘이상 없음’.


속이 시원하면서도 허탈했다. 불안 문제가 아니라 정말 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사실이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달력 위 9월 30일, ‘진료’라고 적어 놓은 글자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바라봤다.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이는 여전히 아침마다 배가 아플 것 같다며 불안해했고 빈속으로 가면 어지럽다고 전화했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면 “오늘은 밥 다 먹었어!” 하며 웃기도 했다.


교문 앞에서 울다 들어가지 못하던 날도 많았다. 나는 달래다 지쳐 “그럼 그냥 집에 가자”는 말을 하기도 했고 심지어 “그만두고 검정고시 보자”는 말까지 내뱉었다.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꾸역꾸역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화가 치밀다가도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만 더 다독여줄걸. 위로가 필요했던 거였을 텐데.


어느 날은 친구를 만나서 씩씩하게 학교로 걸어가는 모습에 잠시 희망이 피어났다.


‘괜찮아지고 있나?’


그런 날엔 병원 예약을 취소할까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마음먹기 달린 일 아닌가, 굳이 아이를 ‘정신의학과’라고 적힌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나 하는 찝찝함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다음 날, 아이는 다시 무너졌다. 나는 또다시 생각을 바꿨다.

그래, 병원 가자. 정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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